4장 부모가 권하는 그림책, 아이가 원하는 그림책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의 그림책은 부모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아이를 위해 사주는 그림책이지만 부모는 그림책이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를 통해 자기 내면의 아이를 달래고 부모로서의 불안을 잠재울 위안을 얻고자 한다.
-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을 이야기할 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너는 기적이야>, <Oh the Night You Were Born>, <Love you Forever>,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 <누구 그림자일까?>, <나도나도>, <너는 기적이야>, <내가 정말?>, <엄마가 화났다>, <삐약이 엄마>
아이는 출생할 때 한 몸이었다가 분리되는 경험을 하면서 갑자기 자신의 욕구를 표현해야하고 부모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는 좌절과 두려움을 느낀다. 이렇게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서서히 어른이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을 때 돌봄을 받지 못한 느낌과 고통을 다시 만난다. 위와 같은 애착 그림책은 사실 부모의 어렸을 적 형성된 자기 내면의 아이를 달래고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달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사실 아이들은 ‘사랑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가 위안을 받고 여유가 생길 때 아이에게도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다.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들은 부모를 위한 그림책으로 부모의 경험과 부모가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화내지 않는 부모는 없으며 화를 내고나서 죄책감에 후회한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생각과 느낌을 강요하지 말며, 부모의 욕망과 불안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말자. 그림책을 읽어주며 자기감정에 휩싸여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던지지 말자.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에 빠져버리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어진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감정을 따라가고 인정하는 것이다.
- 잠과 꿈, 아이들의 절반의 세계: <이젠 밤이 무섭지 않아!>, <눈을 감아 봐>, <난 하나도 안 졸려, 잠자기 싫어!>, <잘 자요, 달님>, <낮에는 해아기, 밤에는 달아기>, <이렇게 자 볼까? 저렇게 자 볼까?>, <요 이불 베개에게>, <신비한 밤 여행>, <깊은 밤 부엌에서>,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아이들은 잠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잠은 미지의 세계이며 잠에 들면 무력해지기 떄문이다.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 위해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들과의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은 아이는 잠이 들기가 더 어렵다. 아이는 두려운 잠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물을 확인하고 이미 갖고 있는 것을 하나씩 챙기면서 잠으로의 모험을 준비한다. 그래서 부모 옆에서 자려하거나 애착인형을 가지고 잔다.
많은 부모들이 자기 전 잠자리에서 그림책을 읽어주지만 사실 그림책은 아이를 흥분시키기도,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잠자리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그림책 읽기는 식사 후가 적절할 것이다. 만약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준다면, 그 책들은 무엇보다 쉽고 익숙해야 한다.
아이들은 종종 악몽을 꾸는데, 낮 시간동안 축적된 부정적 감정은 꿈을 통해 해소된다. 돌에서 두돌 사이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조금씩 독립을 하지만 탐색하고 싶은 욕망과 부모를 잃을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상충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하는 동안 부모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부모와 헤어지는 악몽을 종종 꾼다. 자면서도 부모를 만지려 하고 그렇게 부모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잠에 들 수 있고 꿈에서 깨어날 때 부모가 옆에 있기를 바란다. 불안감으로 쉽게 잠을 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평소 심리적 갈등을 줄이거나 탐색하고자하는 독립욕구를 인정하면서도 한 발짝 뒤에서 지켜주고 있다고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 그림책이 제시하는 도덕과 사회성
요즘 아이들의 대부분은 아파트에 살지만 정작 그림책 속 아이들은 주택에 산다. 이는 부모 세대의 작가들의 어린 시절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
고대영, 김영진이 지은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지하철을 타고서>, <용돈 주세요>, <손톱 깨물기>, <두발자전거 배우기>, <거짓말>, <집 안 치우기>, <먹는 이야기>, <칭찬 먹으러 가요>, <싸워도 돼요?>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 그림책에 비해 당대성을 가지고 있다.
모 웰렘스의 그림책도 현실의 뉴옥거리, 현실의 집과 유치원이 나온다. <내 토끼 어딨어?>가 토끼 인형을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정체성의 불안을 다루었다면, <내 토끼가 또 사라졌어!>는 타인과의 관계라는 문제를 다룬다. 형제를 키우는 부모들은 동생에게 장난감을 양보하라고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보호해 줄 때 아이는 안심하고 자기의 것을 동생에게 내어줄 수 있다. 그리고 그 물건이 없어도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욕심을 버릴 수 있다. 물건이 사랑을 의미할 때, 내 존재의 가치를 의미할 때 아이들은 물건을 놓지 못한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사회의 규칙을 가르쳐주기보다는 지금 아이의 심정을 더 들여다보고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내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마음깊이 공감한 내용은 아이의 내면에 축적되어 조금씩 세상을 배워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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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내용은 간결하고 그림은 단순하지만 우리들에게 본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으며 한 가지 사물에 숨어 있는 다른 측면도 발견할 수 있고 이에 대해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은 현실의 한계에서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을 상상 속에서 경험, 인정, 수용, 해소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타인 또한 왜곡 없이 받아들이고 타인과 편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은 부모의 품을 벗어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부모가 아이들의 모험을 인정하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림책은 아이들이 현실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매우 안전한 장치이다. 단순하지만 반복적이고 리듬감 있는 그림책의 구성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며 아이들이 내용을 쉽게 이해하게 숙달시킴으로써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는 사랑에 대한 자신감이 넘칠 때보단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랑을 돌아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너무 힘이 들고 벅찰 때 서천석 박사님의 <그림책으로 읽는 아이들 마음>을 읽으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돌아보길 바란다. 우리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때, 사랑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고 육아는 한 결 쉬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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