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자기계발/살콤아내의 책방

새롭지 않은 새로움에게 새로움의 길을 묻다 (임웅 지음)

살콤아내 2026. 6. 8. 16:06

 

조기 문자 교육은 아이의 창의력을 저해할까?

 

최근 아는 언니와 '창의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을 위해 일부러 문자 교육을 늦춘다는 내용이었다. 문득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공식적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을 처음 배우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 유치원 때 한글을 떼고 입학하며, 실제로 1학년 때 한글을 처음 배워서 곧바로 교과 수업에 활용하기에는 학교 진도가 너무 촉박한 게 사실이다.

 

현재 '엄마표 홈스쿨링'에 집중하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이가 가능한 한 빨리 한글을 떼고 '지식의 영역'으로 진입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성인이 되기 전까지 최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학문을 경험해 보았으면 한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적 척도는 아니다. 하지만 배움에는 분명 '때'가 있다고 믿는다. 암기력과 정보 처리 속도가 가장 최고조에 달하는 청소년기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배움을 지속할 수는 있지만, 이때는 청소년기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

 

 

과연 '학습을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이의 창의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문득 예전에 접했던 인지심리학자 임웅 교수님의 '영재와 창의성' 강의가 머릿속을 스쳤다. 지식의 축적과 창의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지, 엄마표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본격적으로 고민해 보게 되었다. 결국 그 답을 찾아보고 싶어 임웅 교수님의 저서 <새롭지 않은 새로움에게 새로움의 길을 묻다>를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출처 GEMINI)

임웅 교수는 한국의 영재교육 및 교육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영재성(Giftedness)'과 '창의성(Creativity)'의 본질을 인지과학적·심리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탐구해 온 학자입니다.


임웅 교수는 전통적인 IQ 중심의 영재 정의를 비판하며,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영재성을 설명합니다. 흔히 영재성은 타고난 지능만 있으면 발현된다고 생각하지만, 임웅 교수는 기본적인 지식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영재성이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는 것이 없으면 영재성도 발휘될 무대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그는 창의성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갑작스러운 영감이나 기발함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남들이 준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기초적인 개념 학습을 소홀히 한 채 '기발한 아이디어 내기'식의 놀이 위주 수업만으로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고차원적 창의성을 기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창의성은 수많은 실패 속에서 피어납니다. 틀려도 비난받지 않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아이들이 독창적인 시도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영재면 당연히 창의적일 것이라 오해하지만, 임웅 교수는 두 개념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 문턱 이론 (Threshold Theory):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지능(일반적으로 IQ 120 내외)이 필요하지만, 그 문턱을 넘어서고 나면 지능 지수와 창의성 점수는 더 이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머리가 아주 좋다고 해서 비례해서 창의적인 것은 아닙니다.
  • 동기(Motivation)의 역할: 영재성이 높은 아이가 창의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매개체는 '내재적 동기(과제 집착력)'입니다. 스스로 좋아서 몰입하는 에너지가 없다면 영재성은 단순한 지식 습득에 머물고, 창의성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 한 줄 요약 임웅 교수가 말하는 영재성과 창의성은 타고난 유전적 행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인지적 훈련과,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 속에서 비로소 꽃피는 후천적 역량입니다

 

 

1. 새로움의 두 가지 얼굴 : '새로운 새로움' vs '새롭지 않은 새로움'

기존 학계에서는 창의성을 '새로움(Novelty)'과 '적절성(Appropriateness: 유용성, 가치, 실현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평가해 왔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적절성'에는 창의성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당장에는 터무니없고 부적절해 보이던 생각도, 시간이 흐르고 시대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뒤늦게 '적절한 것'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결과물로 증명되는 '창의적 산물' 대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창의적 과정(Process)'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저자는 창의성의 핵심인 '새로움'을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두 가지로 명쾌하게 분류한다.

  • 새로운 새로움 (New Novelty):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지식이나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는 것 (DNA 구조의 발견)
  • 새롭지 않은 새로움: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지식과 데이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합하고 재해석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 (기존의 건축 역학 지식을 새롭게 배열하여 만든 '지오데식 돔)

 

2. 천재성과 창의성의 진실 : 유전인가, 환경과 노력인가?

"천재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라는 오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지능이 높은 부모에게서 똑똑한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높지만, '천재성'이나 '창의성'이 고스란히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생물학적 유전의 한계). 그리고 잠재된 천재성이 실제 발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자극하고 계발할 수 있는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이 필요하다 (환경의 결정적 역할).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높은 지능과 재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발전하거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력 없는 재능의 소멸).

 

3. 창의를 만드는 재료: 10년의 법칙과 전문성

우리 주변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면, 해당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 치열하게 노력한 전문가들이 많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는 '통찰의 힘'이 작용하는데,  통찰은 '과거에 쌓아온 풍부한 경험'에 의한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역시 타고난 재능이 있었겠지만, 역사에 남을 독창적인 음악을 완성하기까지는 피나는 연습과 노력이 뒷받침되었다. 즉, 창의적인 결과물은 막연한 영감이 아니라 노력과 연습으로 다져진 '전문성'의 결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방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식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과정을 무의식의 영역까지 자동화한 사람들로. 복잡한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효율적이며 정확하게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저자는 우리도 연습과 노력이 있다면 이와같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4. 창의를 만드는 사고: 정확성과 신속성을 배분하는 '휴리스틱' 사고방식

창의적인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논의하기 전에 우리는 인간의 행동이 100%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흔히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지만, 시간과 정보, 자원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통해 적당한 만족을 추구할 뿐이다. 여기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정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상황에 따라 두 요소의 최적의 배분 비율을 찾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에너지를 아끼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성향을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인간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복잡한 계산을 거치기보다, 경험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빠르게 어림짐작하여 결론을 내리는 '휴리스틱(Heuristics)' 사고방식을 사용하도록 진화해 왔다. 창의성 역시 이러한 제한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5. 창의성의 걸림돌 '고착'

앞서 인간의 통찰은 결국 '경험'을 바탕으로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험이 때로는 창의성의 독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 와드(Ward)의 상상력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어떤 과제를 해결할 때 대개 이전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추론해 나가는 '하향식 정보처리(Top-down processing)' 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러한 사고 경향은 지식의 범위를 빠르게 좁혀나가며 정답을 찾을 때는 유리하지만 반대로 '틀을 벗어난 독창적인 사고'를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과거에 얽매인 전형적인 사고, 스스로 설정한 암묵적 가정, 그리고 최근의 경험은 우리의 시야를 가두는 '고착(Fixation)' 상태를 만들어낸다. 즉, 익숙한 경험에만 의존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창의성의 탄생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6. 창의성을 만드는 비법: 전문성 기르기와 고착에서의 탈피

와이즈버그(Weisberg)는 그의 저서 <창의성(Creativity): 문제해결, 과학, 발명, 예술에서의 혁신>을 통해 창의적인 산물이란 결국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평범한 사고과정의 결과물임을 증명했다. DNA 복전구조의 발견이나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처럼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혁신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즉, 창의성은 소수의 천재들만 가진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전문성을 쌓으면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다.

 

 

1) 새로운 새로움을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평범한 일반인이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전문성'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지식을 원리에 따라 구조적이고 유의미하게 연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즉,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기존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이를 새로운 지식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두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대화 (지식의 조직화)

하나의 주제를 두고 깊이 있게 대화 나누는 것은 지식을 구조화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단, 이때 아이가 일방적으로 "왜?"라고 질문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호기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지식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아이가 스스로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머릿속의 파편화된 지식들을 스스로 논리적으로 엮고 정돈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② 낯선 자극을 주는 여행 (지식의 연결과 문제 해결)

생생한 체험을 제공하는 여행 또한 기존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된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마주하는 자극들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때문에, 기존 지식과 결합하여 새로운 생각을 도출할 기회가 점차 준다. 반면,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신선하고 새로운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낯선 환경 속에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의 형태로 다가온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지 감각이 깨어나고 지식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2) 새롭지 않은 새로움을 만드는 방법

그렇다면 이른바 '새롭지 않은 새로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저자는 그 씨앗이 이미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며, 이를 발현시키기 위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른 것들을 연결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인간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긴 기존의 관습과 틀, 즉 '고착'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창의성이 시작된다.

 

인간은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식을 습득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지식 때문에 '고착'에 빠진다. 이는 인지 구조상 필연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저자는 고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사고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겠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했을 때, 왜 나는 진작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까?'를 의식적으로 되짚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동일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다양한 관점을 유도하는 교육 환경이 제공된다면 이러한 고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임웅 교수의 창의학습평가연구소에서 고안한 '물컵을 옮겨라' 프로그램은, 우리가 스스로 고착되어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생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보여준다.

 

7. 창의성의 지평을 넓히는 힘: 인문학의 중요성

인간은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 기제를 작동시킨다. 자신이 가진 프레임에 맞춰 문제를 해석하고 관련 지식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특정 정보에만 주의를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기존 지식의 카테고리 안에서만 맴돌게 되므로, 결국 도출되는 결과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사고를 하려면 지식의 카테고리 자체를 넓혀야 한다. 새로운 지식의 카테고리가 형성될 때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도 하나씩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애플의 기술이 빛날 수 있었던 원천은 바로 인문학에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인문학은 단순히 옛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 가치를 던지는 학문이다. 즉, 인문학은 익숙한 세상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기존의 지식 카테고리를 깨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가장 강력한 창의적 도구가 된다.

 

 

 

<새롭지 않은 새로움에게 새로움의 길을 묻다> 목차

 

마지막으로 <새롭지 않은 새로움에게 새로움의 길을 묻다>의 저자 임웅 교수는 창의성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협력하는 인성'을 꼽았다. 우리는 결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기에,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연대할 줄 아는 바른 품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인의 의견을 편견 없이 수용하고 필요하다면 내 생각마저 과감히 수정할 줄 아는 포용력, 바로 이러한 태도를 지닌 사람만이 진정한 새로움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대 사회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른 폴더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며,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폴더에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조기교육이나 영재성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아이를 키울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었다.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세상의 수많은 폴더들을 용기 있게 열어볼 수 있도록 돕는 것. 비록 그 첫걸음이 조금은 서투르고 낯설지라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우리 아이와 나의 창의성 역시 이미 기분 좋은 변화를 시작했다고 믿는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