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라이프/살콤아내의 정원

엄마가 되어보니 찐사랑을 알았다

살콤아내 2021. 1. 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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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랑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사랑... 흔히들 남녀 간에 정을 통하는 일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애인이 생겼다고 세상 날아갈 듯이 기뻐하는 사람들

사랑한다는데 내게 어떻게 이럴 수 있나요?라고 분개하는 사람들

애인이랑 헤어져서 술마시고 엉엉 우는 사람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진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그깟 사랑이 뭐길래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며 그들의 인생을 헤집어놓을까?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했다가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즐겁다. 이렇게 사랑안에는 희노애락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사랑 때문에 더 참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더 화가나기도 한다. 사랑받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사랑으로 인해 내 인생은 더 빛난다.

 

이는 내가 지금까지 느껴왔던 사랑이다. 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으니 사랑에 대해 다 안다고 했는데 아직 찐사랑을 알기에는 인생을 짧게 산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단편적인 면들만 체험해왔으니 말이다. 연애-결혼-신혼생활로 이어진 나의 사랑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처럼 로맨스로 가득한 사랑이었다.

 

연애때야 철이 없으니 "사랑하면 이렇게 해야 돼!"라는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상대방을 규정하려 들었다. 이는 연애에 지나친 기대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껴 사소한 일로 다투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환상에 젖은 연애때와는 달리 이건 리얼라이프이기 때문에 연애 때 싸운 것들은 부부싸움과 비교해서 세발의 피였다.

 

어쨌든 신혼때에는 주로 집안일로 남편과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정말 신뢰를 깨뜨리지 않는 이상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지...하며 모든걸 다 용서했다. (사실 용서고 나발이고 할만한 큰싸움은 없었다) 이렇게 나는 아주 사랑에 자비로운 와이프인냥 착각하고 있었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기를 낳고 나서보니 사랑의 다른 면도 알게되었다. 그것은 인내, 희생, 기다림, 고통이다. 사랑이 이렇게 잔인할수가!!!

 

아기가 생기고 나서 입덧의 고통, 출산의 고통, 잠 못자는 육아의 고통을 느꼈다. 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아기의 생존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나가도록 참고 기다려야 했다. 아기가 신생아 시기를 벗어나 우리처럼 통잠을 자니까 좀 살 것 같았다. 아기가 기어다니기 시작한 후로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이면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온전히 아기에게 집중해야 했다. 스마트폰, 쇼핑, TV보기, 독서, 공부하기 등 아기가 내 옆에 있으면 모든건 ALL STOP. 이건 내 시간에 대한 엄청난 희생이었다.

 

사실 아기가 생기면 내 인생을 잃어버릴까봐 조금은 우울했는데, 막상 아기가 태어나고 나니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냥, 아기가 뭘 해도 아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다. 아기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크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

 

선한 눈빛과 선한 옹알이. 엄마아빠가 세상의 전부인냥 엄마아빠 관심을 끌려고 뭐든 하는 아기의 모습은 기특하다. 말도 못하고 누워만 있던 기어다니고, 서서 걸어다니고 아기가 엄마, 아빠를 말하고 미숙하지만 원하는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을 때 열심히 키운 보람이 있을 정도로 기뻤다. 우리 딸도 이제 사람이 되었구나 ㅠㅠ

 

물론 내 자신을 아기를 위해 희생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내 전부를 내줄 만큼 아기는 소중하다. 사랑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알게 되는 것, 이것이 찐사랑이 아닐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찐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엄마들이 아기들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라는데, 이제는 그 의미를 알겠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서투르고 시행착오가 많다. 육아 실패의 몫은 다 아기한테로 간다. 작아서 안맞는 옷을 억지로 입혀서 머리가 낀다던가, 여행지에서 아기가 엉엉 우는데 왜 우는지도 몰랐다가 나중에 날카로운 곳에 긁혀서 피가 철철 난 걸 발견한 순간 너무너무 미안했다. 음식 솜씨가 부족해서 아기가 잘 먹지 않을 때에도 미안했다. 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늘 부족한 엄마다.

 

이렇게 엄마가 되어보니 찐사랑을 알았다. 사랑을 줘도 줘도 부족할 것 같고, 더 인내하고 희생하고 내 것을 포기해도 괜찮은 사랑. 이 찐사랑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잘 대할 수 있었을까?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얼마나 상대방을 찐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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