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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오리 알 부화하기 4주차 기록 (오리 부화 3마리 성공)

살콤아내 2024. 7. 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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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는 입란을 시작하면 28~30일 사이에 대부분이 부화를 한다고 한다. 온도가 낮으면 일찍 부화하고, 온도가 높으면 늦게 부화하며, 습도가 높으면 난황을 흡수하지 못하고 일찍 부화해서 약하게 태어난다고 한다. 여름이라 장마였고, 에어컨을 수시로 틀었는데 부화기가 있던 장소가 에어컨 직빵인 곳이어서 아무리 천으로 덮는다고해도 급격한 온도와 습도변화를 겪었을 것라고 생각한다. 부화기를 진작 에어컨 바람이 덜 들어오는 놀이방으로 갖다둘걸...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6월 30일 (27일차): 알이 흔들리고 삑삑거림. 장마철이라 습도가 70%

기러기는 5월 31일에 입란하였고, 오리는  6월 3일에 입란하였다. 지난 주 마지막 검란까지 별탈없이 잘 지내 왔는데, 부화를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6월 30일 오전 9시 오리알 세 개가 안에서 삑삑 거리고 알이 흔들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서 이틀 안에 나오겠지? 하는 희망을 가졌다. (기러기 알은 두꺼워서 신경을 안씀)

 

 

 

7월 2일 (29일차): 알의 움직임이 줄어들었음. 건들면 삑삑함. 습도를 높여주고 숨구멍을 엶.

그러나 7월 2일이 되었는데도 첫 파각조차 시도하지 않아서 참 걱정이 들었다. 어쩌면 에어컨 때문에 온습도 조절이 엉망이어서 그런지, 폐호흡 하는 병아리의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건지 안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희미해져가고 움직임도 많이 줄었다. 그리고 한 오리알은 한 부분이 멍든 것처럼 누렇게 변하고 있어서 설마 죽어서 부패가 된건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한 알은 실수로 카메라가 떨어져서 외부가 콕 하고 깨지고 찍 금이 갔다. 운 좋게도 난막은 찢어지지 않았다. 정말 살아있는지 궁금해서 집에있는 장난감 청진기로 알에 갖다대었더니 4개 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안심했다. 부화 직전이어서 깨진 알에는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고 더 이상 파손이 되지 않게 두었다. 그리고 숨구멍에 노란색 손잡이를 빼서 좀 더 산소공급이 원활하도록 했다.

 

 

 

 

 

 

7월 3일 (30일차): 장소를 옮기고 온습도를 높임 (38.3도)

부화 예정일이 더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따뜻한 방으로 옮겨서 뜨거운 물을 작은 컵에 담아 부화기 내부에 놓았다. 사우나같이 뜨뜻하고 습기가 차니까 갑자기 알에서 삑삑 울면서 콕콕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장마철이라 부화기 내 온도 38, 외부습도 60-70도였지만 부화기 내부는 습도가 더 낮았나보다. 계속해서 뜨거운 물을 갈아주었다. 내부 온도는 39도까지 올라갔지만 구멍을 열어놓으면 서서히 온도가 떨어졌다. 사우나같은 환경이 아니면 아이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있었다.  자연이 신비로운 것은 일정 조건이 갖추어져야 병아리들이 부화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조용한 낮시간 부화기 앞에 있으면 콕콕콕콕 시계초침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한 마리가 파각을 시도하니까 다른 한마리도 따라서 파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깨졌던 알(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은 흔들리면서 깨진 부분에서 희미하게 병아리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7월 4일 (31일차): 밤 11시~12시 사이 첫 파각을 함

7월 4일 오후까지 단체로 타자를 치는 것 처럼 열심히 파각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걱정이 되어 계속 지극정성으로 돌보았다. 포기하고 잠깐 인터넷하고 온 사이 돌아와보니 알 세개가 다 첫 파각의 흔적이 보였다. 알에 노랗고 푸르딩딩한 멍처럼 보였던 그 곳에서 파각이 일어났고 아직까지는  난막은 찢어지지 않고 콕 한 자국만 있었다. 알 색이 변하는 이유는 파각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알은 멍 자국과 파각부분은 아예 다른 곳이었다. 병아리 소리는 미세한 구멍으로부터 더 크게 들렸다. 이제부터 24시간 안에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아리가 폐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안에서 죽는다고 한다. 

 

 

 

 

7월 5일 (32일차): 인공파각으로 새벽 5시에 3마리 다 부화 (온열가습기로 습도 70이상, 실내온도 29도), 쩍벌교정하기

어젯 밤 11시에 파각을 했으니 오늘 밤 11시에는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대로였다. 잦은 온습도변화로 난막이 하얗게 깃털에 붙고 질겨져서 아무리 힘을 써도 나오지 못하는 경우라면 인공파각을 반드시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인공파각을 결정했다. 어차피 안하면 죽는거, 살려나 보자.

 

핀셋과 손, 그리고 핸드폰을 소독하고 이미 깨져서 금간 알부터 인공파각을 하기로 했다.  일단 숨을 쉴 수 있도록 난막을 찢어주었더니 삐약 하면서 부리가 튀어나왔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입을 엄청나게 움직이면서 피곤했는지 계속 하품도 쩍쩍 해대고...덕분에 오리 혀?를 보았다. 신기한 것은 금간 부분이 저절로 회복해서 붙어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알 둘레를 핀셋으로 콕콕 쳐서 다시 미세한 금을 만들었다. 

 

한 번에 많이 까면 쇼크사 할 수 있으므로 세 마리를 번갈아가면서 조금씩 천천히 작업을 진행했다. 부리 주변, 기실 주변 이렇게 범위를 넓혀가다가 혈관을 잘못 건드려서 피가 나기도 했다. 어떤 병아리는 많이 났고, 어떤 병아리는 많이 안났다. 혈관이 있다는 것은 난황흡수가 덜 되었다는 것이고, 일단 피가 보이면 인공파각을 멈춰서 지혈을 하고 난황이 흡수되어 혈관이 없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건강하게 태어난 병아리는 알 주변이 깨끗하게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는데, 우리 집 병아리는 모두 다 미숙아인데가 난막이 붙어서 매우 질겼다. (에어컨을 틀고 온도잰다고 자주 열어서 그랬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부화 3일 전에는 lockdown으로 봉쇄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새벽 3시까지 인공파각을 하고 난황이 있는 알의 뾰족한 부분은 더 이상 건들지 않았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갈리는데, 전체파각을 해서 질식사나 기형을 피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최소한의 파각을 통해 병아리가 직접 알을 깨고 나오도록 해야 좀 더 건강한 병아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후자였다. 가장 마지막에 태어난 똥똥이는 일단 알 안에 투명한 액체?같은게 있었고 혈관이 많이 보였 피가 너무 많이 나서 과다출혈로 죽는게 아닐지 너무 걱정도 되었다. 

 

 

하필 이 날 새벽 비가 엄청나게 와서 습도가 60도 이상이었다. 나는 인공파각을 할 때 털이 젖어있으면 정말 추울거라 생각해서 온열가습기를 틀어서 방 안을 후끈하게 하고 습도오 70도로 높였다. 방 안의 온도는 29도였고 땀이 줄줄 났다.

새벽 4~5시까지 점박이(깨졌던 알)와 하트(가장 큰 알)이 반 정도까지 인공파각을 한 지 30분 안에 차례로 몸통의 대부분이 나와서 육추기로 옮겨졌다.  탯줄이 떨어지지 않았고 알에 무언가 피색이 나는걸 달고 있어서 알 껍질채로 육추기에 넣었다. 병아리 배꼽이 다 아물지 않았는지 빨갛게 상처투성이인데다가 힘이 없는건지 가뿐 숨을 겨우 쉬며 쩍벌하고 누워만 있었다. 아이들이 잘 버틸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죽어있을까봐 정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4시 30분이되어 똥똥(피가 많이 났던 알)이는 그냥 두려고 했지만 알 속에 웅크린채로 너무 오래있으면 발가락 기형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다시 인공파각을 좀 더 했다.  확실히 시간이 지나니 혈관이 많이 사라져 있긴 했는데, 아직도 내부에 액체같은게 많아서 알아서 태어날 때까지 부화기 안에 넣어두었다. 이번 인공파각은 스킬이 늘어서 붙어버린 난막을 뗄 때 혈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침 8시. 똥똥이 몸이 드디어 나왔다. 하지만 탯줄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앞에 두 녀석처럼 알에 달린 채로 육추기에 몸을 말려주었다. 점박이랑 하트는 몸이 얼추 말라서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고 똥똥이는 피를 많이 흘렸는지 죽은듯하게 누워 잠만 잤다. 

 

 

 

오후 4시, 오리 병아리 3마리가 아주 건강히 잘 있었다. 빨갛고 지저분하게 나와있던 배꼽도 쑥 들어갔고 털이 보송보송해지니 귀여움이 되살아났다. 노른자를 주니 잘 먹고 물도 잘 먹었다. 먼저 태어난 두마리는 쩍벌 교정을 하기 위해 고무줄을 다리에 걸렀다. 막내 똥똥이는 알 속에 너무 오래 있었는지 오른쪽 발가락이 휘어서 마음이 좋지 않다. 약하게 태어나서 바로 죽을 것 같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참 좋다. 오리들이 부화하는 날, 정말 1시간밖에 못잤지만 그 피곤함이 사라질 정도로 오리들의 탄생 순간은 정말 신비했다. 생명을 만드는 일은 참 쉽지 않다. (참고로...오리 파각을 하자마자 오리냄새가 방안에 퍼졌다. 동물냄새는 똥냄새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 자체로의 냄새엿다)

 

 

이제 남은 기러기 알을 어떻게 해야 할지...참 고민이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검란을 따로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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