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라이프/적당히 만족하며 살기

집에서 오리 키우기 1~2주차 (12일째)

살콤아내 2024. 7. 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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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4일 오후 3시 오리 입란

2024년 7월 5일 새벽 3시 오리 인공파각 완료 (입란 32일차)

2024년 7월 17일 태어난 지 12일차 (오리와 이별하는 시간 -D005)

 

우연히 얻은 기러기 알 하나가 이렇게까지 큰 결과를 가져올 줄 상상도 못 했다. 먹기 아까워서 부화하기로 했는데, 하나만 부화시키다가 실패하면 실망할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부화용 오리알 3개를 더 주문했다.

 

부화하기까지 기러기와 오리는 각각 35, 3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4일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입란 해서 기러기와 오리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날 줄 알았다. 여름이라서 따뜻하니까 부화기 온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부화예정일이 가까워질 때쯤 장마까지 와서 습도도 70% 이상 자동으로 맞춰주니 모든 일이 순탄하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오리는 입란 28일 차 안에서 삑삑거리는 소리와 함께 알이 흔들리기도 해서 곧 부화하겠구나! 하고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오리알은 점점 움직임과 소리가 뜸해지더니 30일에 알콕은 하긴 했지만 24시간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없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에 31일째 되던 날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7시간에 걸쳐서 과감히 인공파각을 했고 무사히 부화시켰다.

 

 

 

 

717일 기준으로 우리집 오리 3마리는 태어난 지 12일이 되었다. 3일은 아이들이 정말 힘이 없이 비실비실해서 오래 못 살까 봐 걱정했다. 1주일 동안 육추온도는 35도 이상을 맞춰주었고, 달걀노른자는 하루에 두 번 이상 급여했으며 물과 패드는 2시간마다 갈아주었다. 이후 상수, 양배추, 바나나 등을 먹이며 이런 정성 속에 지금까지 아주 잘 먹고 잘 크고 있다.

 

5일째 되던 날 유리 수조에 3마리를 넣고 기르기에는 생각보다 오리가 너무 커져서 작은 베란다로 옮겼다. 종이상자에 온열 램프를 넣고 작은 문을 만들었으며, 오리는 지저분하게 먹으므로 기존의 유리 수조는 급식소? 와 같은 역할을 했다. (3면이 막혀서 물과 사료가 튀어도 다른 곳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지금 태어난 지 2주도 안되었음에도 이제는 털갈이를 준비하는 못생긴 오리가 되기 직전에 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다리가 두꺼워지고 부리가 커지며 몸통도 살아올라 묵직해진다. 아침 오리와 저녁오리의 모습이 뭔가 다르다. 가끔 밥을 늦게 주면 배고파서 여기저기를 뜯어먹고 사방에 응가를 싸고 밟고 여기저기를 다녀서 집을 엉망으로 만들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좋다.

 

오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본 생물을 각인한다고 기대했었는데, 얘네들은 3마리가 몰려다니다 보니 나는 안중에도 없다. 그냥 배고프거나 할 때 베란다 문 앞에 쪼르르 일자로 앉아서 사료와 신선한 물을 갖다 주는 나를 기다릴 뿐... 내 손도 무심히 교감없이 패드를 갈아주고 먹을 것을 새로 준다. 그러다보니 교감은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내가 오리를 잡으려고 하면 도망치기 바쁘다. 우르르르르....우다다다다...오리가 이렇게 빠른 동물인줄은 몰랐다. 한 번은 가장 늦게 태어난 기러기(럭키)를 잡았는데 오리 세 마리가 삑삑 울면서 나를 공격했다. 마지 막내동생 놓아달라는 듯이... 역시 오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도 그 짧은 2주 동안 매일 봐서 그런지 애들은 나를 편안해한다. 자기네들도 사람인줄 아는건지 어느샌가 부터 자꾸 방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베란다 문을 열면 그 틈으로 삐져 나와서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선 노곤노곤 두 발을 뻗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누워서 잠이 쏟아지는지 꾸벅꾸벅 존다. 나는 야생동물들은 생긴 것 그대로 앉아서 선잠을 잘 줄 알았는데, 우리 오리들은 조그마한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서 깨지만 맘 편히 푹 자는 모습이 참 예쁘다. 신생아처럼말이다.

 

하지만 응가 때문에 사랑스럽고 귀여운 오리들은 다음 주 월요일이면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질 예정이다. 감사하게도 원장님께서 오리+기러기 식구들을 받아주셨다. 오리는 닭보다 좀 더 귀여우니까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겠지? 무튼 응가도 첫 한 주일 동안은 냄새가 거의 안 나다가 요새는 엄청 많이 응가를 해서 배변 패드를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오리는 2분에 한 번씩 응가를 한다.) 이래서 오리는 집안에서 키울 수 없다.

하루종일 응가를 치우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나도 잠깐 사이에 정이 들었나보다. 보송보송한 털,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부리, 촉촉한 물갈퀴, 몸에 비해 작은 날개, 삑삑 우는 소리, 호기심 가득한 까만 눈동자, 먹이를 많이 먹어서 볼록한 뱃살....4일 후면 함께할 수 없어서 조금은 그리울 것 같다.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조용히 오리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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