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티르타강가로 이동
5:30 기상
새벽 5시 반. 도마뱀이 찍찍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하늘은 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에 보는 분홍빛 하늘은 오랜만이다. 원숭이 숲 숙소는 닭이 울어서 아침이 시끄러웠는데, 논밭이 보이는 숙소는 아침에 고요하고 반대로 밤에 개구리 울음소리와 새소리로 가득하다.

오늘은 Tirtra Gangga 지역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우리 숙소랑 티르타강가(관광지)랑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라 오늘 날씨가 허락한다면 숙소 둘러보고 오후에 관광을 해도 좋을 듯 하다.
9:00 아침식사 후 병원진료
오늘은 최대한 일찍 출발하려고 간단히 용과잼을 바른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런데 어제부터 첫째 입 주변에 조금씩 올라오던 것이 아침이 되자 갑자기 심하게 퍼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배가 꾸룩꾸룩하고 설사도 한다고 했다. 하필 이동하는 날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우리가 가려는 티르타강가 지역은 강원도 산골처럼 관광 인프라가 많지 않아, 우붓처럼 큰 마트나 병원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마침 우리가 자주 이용하던 세탁소 맞은편에 병원이 있어 이동 전에 급히 들렀다. 농가진과 설사 진료와 한국어 설명서가 포함된 약값까지 모두합쳐서 10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설사약은 비싼 영양제였다!) 남편과 첫째가 병원에 다녀오는 사이 나는 짐을 싸고 12시 체크아웃 전에 점심 겸 먹을 미고랭 볶음면을 끓이고 과일을 깎았다.
12:00 티르타강가로 출발
남편과 설아가 병원에서 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택시를 불러 티르타강가로 출발했다. 우붓에서 빠져나가는 데에만 1시간이 걸렸다. 원래는 2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인데 차가 막혀서 3시간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3시간이면 대전에서 부산가는 거리 아닌가?
이동 거리가 워낙 길다 보니 기사 아저씨도 오늘 하루는 그냥 이동에만 쓰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 오늘은 따로 관광을 하지 않고, 숙소에 도착하면 바로 쉬기로 마음먹었다.


가는 길에 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제 저녁 칼이 망가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트에 들러 새 칼을 하나 사고 싶다고 부탁을 드렸는데, 아저씨는 마트 대신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칼을 파는 사람을 찾아갔다. 왜 굳이 거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40K를 주고 칼을 하나 샀다. 수제로 만든 것처럼 생긴 칼인데, 의외로 꽤 멋있었다. 이어서 아저씨는 근처 모종 가게에 들러 파파야 모종도 하나 샀다. 그 작은 모종이 6개월 뒤면 열매를 맺을 만큼 자란다고 한다.


2시간 반쯤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는 바다와 함께 저 멀리 누사페니다 섬이 보였고, 우리가 가려고 했던 박쥐 사원도 스쳐 지나갔다. 이제 아궁산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아이들은 멀미약 덕분인지 이동 중에 잠들어 주었고, 덕분에 긴 이동 시간이 조금은 수월했다.
2. 우붓과는 달라도 너무나도 달랐던 티르타강가
14:30 Pondok Lembah Dukuh Homestay 도착


우리가 꿈에 그리던 전망 좋은 숙소에 도착했다.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여기는 진짜 로컬 숙소였다. 영어도 잘 안되는 현지식 홈스테이. 주인은 친절했지만 문제는 숙소의 상태였다. 2만원도 안되는 숙소다 보니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다. 이전 숙소에서 식료품을 대부분 먹기를 잘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고, 원하면 근처에서 식사도 가능하다고 해서 이곳에서는 자주 해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식당이 숙소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었고 걷기에는 비포장 흙길이라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17:00 점심겸 저녁 Pondok Batur Indah Restaurant 203.5K
숙소을 옮기기 전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서 도착하자마자 애들이 배고프다고 칭얼거렸다. 숙소에서 조금 쉰 다음 짐을 풀고 바로 옆에 Pondok Batur Indah Restaurant에 가서 나시고랭 (35Kx2), 사태 (55K), 가도가도 (35K) 그리고 전통주 아락 (25K) 을 먹었다. 사태랑 가도가도는 진짜 맛있었고 아이들이 많이 먹었다.




식당에서 먹는 동안 엄청나게 비가 왔다. 집에 가려는데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숙소가 가까우니 그냥 가기로 했다. 다행히 식당 주인께서 우산 1개는 빌려주셨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왔는지 모두가 쫄딱 비를 맞았고 신발은 흙탕물로 엉망이 되었다. 현지인들이 왜 플라스틱 조리를 신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라고 우비를 안 챙긴 걸 후회했고 다음에 인도네시아에 온다면 레저용 샌들이 아니라 크록스를 신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와서 아이들을 씻기려는데 여기숙소는 참 야생이었다. 화장실이 밖에 있고 샤워하는 곳 천장이 뚫려있다. 비까지 와서 빗물로 씻는건지 샤워기로 씻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뜨거운 물은 뜨거운 물만 나온다. 정말 오 마이 갓! 이었다. 우르르 쾅쾅 천둥까지 치니 아이들이 무섭다며 울고불고 난리다. 울지 않고 빨리 씻으면 Cocoflat (코코넛으로 만든 납딱한 초콜렛칩)을 준다고 달래가며 겨우겨우 씻겼다. 씻고 달콤하고 바삭한 과자를 먹으니 아이들도 진정되었다.
19:00 저녁은 토란된장국
겨우 아이들을 씻기고 나니 허기가 몰려왔다. 간단히 밥을 하고, 보냉백에 넣어 가져온 자투리 채소인 Hijau Bulat(방울호박)과 Talas(토란)으로 미소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그런데 미니인덕션을 쓰던 중 갑자기 숙소 전체의 전기가 나가버렸다. 전기 사정이 워낙 열악한 곳이라 그런 듯했고, 호텔 주인도 예기치 못한 정전에 꽤 당황한 눈치였다. 정말 죄송했다.

우리가 식사는 했는지 궁금했는지 호텔 주인은 바나나와 과자를 챙겨 주고, 모기향까지 건네주었다. 소소한 배려가 참 고맙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늘 나온 젖은 빨래도 맡겼는데, 비용은 110K이고 내일 오후에 찾아가면 된다고 했다.

21:00 반딧불이와 도마뱀
오늘은 하루 종일 이동만 했을 뿐인데도, 우붓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느라 몸이 더 피곤했는지 졸음이 금세 쏟아졌다. 저녁을 간단히 마무리하고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에 누웠는데, 집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도마뱀이 있었다. 랜턴을 비추자 그제야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인도네시아 전통 가옥이라 그런지, 나무를 촘촘히 엮어 만든 지붕과 창문 사이사이에 작은 틈이 있어 작은 동물이나 벌레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도마뱀이 있어서인지 개미나 나방 말고는 다른 벌레를 거의 보지 못했고, 모기도 없어 의외로 꽤 쾌적했다. 불을 끄고 다시 천장을 바라보니, 반딧불이들이 8자를 그리며 천천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가끔 천장에서 바닥으로 도마뱀 똥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그래서 침대 캐노피 그물 위에 검은 덩어리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음...동남아시아 침대에 캐노피가 있는 이유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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