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곤한 아침
6:00 시골틱한 기상
어제 커피를 세 네잔씩 마셔서 그런지 잠을 거의 한숨도 못 잤다. 누워서 지붕의 반딧불이를 구경하며 그저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6시 반쯤 둘째가 일어나서 같이 산책을 나갔다. 닭도 보고 달팽이도 보고 발리의 시골스러움을 충분히 잘 즐겼다.


7:30 바나나 팬케이크와 망고/파파야 주스
오늘은 바나나 팬케이크와 망고/파파야 주스를 먹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파파야를 씨 때문에 먹기가 힘들어서 주스로 만들어 달라고 하니 갈아 주셨다. 과일 주스는 진짜 과일을 물과 갈아서 만든 주스로 설탕이 하나도 안 들어가서 카페에서 파는 것처럼 달지는 않았다. 얼음과 꿀이 들어갔으면 좀 더 나았을 텐데 역시 발리 할머니 손맛이다.


2. 실패한 동부투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
9:30 티르타강가 Tirtagangga 90K, 45K (4세는 무료)
숙소 정원 아래는 티르타강가와 연결된 좁은 길이 있다. 아궁산으로부터 흐르는 맑은 샘물이 이 지역의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었고 티르타강가의 아름다운 연못까지 이른다.


신성한 갠지스강이라는 이름처럼 깨끗한 물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숙소 수영장이 나오는데, 이렇게 깨끗할줄 알았으면 수영을 할걸 그랬다.


티르타강가 입구에는 다른 관광지처럼 식당,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박쥐, 루왁, 이구아나, 올빼미 등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특별한 가게가 있었다. 동물들과 사진을 찍으려면 50K를 내야한다고 했다. 박쥐는 매달려서 자고 있는데 진짜 컸다.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둘째가 비단뱀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조물딱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아이의 손을 재빨리 뺐다.


티르타강가는 왕실정원으로서 연못에는 잉어들이 정말 많았다. 사진이 잘 나오는 인스타성지로 특정 구역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있었다. 우리도 잉어 밥을 사서 연못에 들어가 남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티르타강가에 와서 잉어 밥을 주다 보니 오전11시쯤 되었는데 점점 해가 뜨거워졌다. 어제는 흐리더니 오늘은 구름 한점 없는 불볕 더위다. 티르타강가에는 끝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이 동네에서 오랜만에 보는 에어컨 있는 실내였다. 뜨거운 땡볕에서 타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시원한 곳으로 들어오니 잠시나마 살 것 같았다. 박물관 위의 전망대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논이 펼쳐진 마을의 전경이 보였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12:30 Wanna Grill 아궁산을 볼 수 있는 식당
티르타강가에서 나오니 점심먹을 시간이 다 되었다. 어제 라항한스위트에서 아궁산 정상을 보지 못했기에 라이스필드 뒤로 아궁산이 펼쳐진 풍경 좋은 식당으로 갔다. 그랩이 잘 안잡혀서 결국 티르타강가 바로 앞에 있는 택시를 왕복 140K에 흥정을 봤다. Wanna Grill이 유명했지만 지도에도 나오지 않았고 라이스필드 안쪽에 있어서 여기식당이 문 닫은 줄 알았다. 다행히 기사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줘서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이 70-90K 사이로 가격이 있는 편이었지만 음식 양이 많고 맛도 훌륭하다.
Vegetarian fried rice (50K), Special chicken fried rice with satay (75K), Special chicken friend noodle with satay (75K), Mixed rice pork with satay, urab, tempe etc. (85K), 빈땅맥주(30K)를 주문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궁산을 볼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구름이 몰려오더니 아궁산 정상을 가려버렸다. 어제보다는 능선도 보여서 좀 더 나았지만 식당사람들도 Agung is in sleep. 이라며 오늘은 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티르타강가는 아궁산을 보러 온 건데 내일 떠나기 전까지 아궁산을 볼 수 없어서 참 아쉬운 데다 첫째가 벌레 나온다고 밥을 안 먹는다고 난리를 쳐서 점심식사 기분을 다 망쳐버렸다. 2시간 정도 식당에서 머무른 다음 우리가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날씨는 더 흐려졌고 거의 도착할 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6:00 아름다웠던 만큼 힘들었던 동부투어
아이들을 씻기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동부투어는 무리수였던 걸까?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차 타고 어디든 가기만 하면 너무 힘들었다. 그냥 숙소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게 낫긴 하지만 숙소도 너무 덥고 꿉꿉하고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이들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고 오빠는 내일 갈 배편을 알아보고 있다. 나는 헤어드라이기도 없이 한 시간 동안 축축한 머리를 말리면서 창 밖의 멋진 풍경을 보며 난 일기를 쓰고 있다. 결론적으로 발리 동부지역은 아름다웠던 만큼 참 힘들었다. 아이들이 좀 더 컸더라면 충분히 이 지역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3. 길리로 떠날 준비하기
17:00 냉장고 없는 냉장고 털기!
내일은 길리섬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숙소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먹어 치워야 한다! 오렌지랑 구아바도 먹고, 옥수도 쪄먹었다. 옥수수는 그냥 물에 삶아 줬을 뿐인데 둘째가 정말 좋아했다! 구아바는 망고질감+참외씨 스타일이었는데 부피에 비해 버리는게 너무 많아서 다음에는 먹지 않을 것이다.
18:00 저녁은 계란국!
거의 매일 요리를 하니까 이제 도가 텄다. 여기는 벽면에 콘센트가 하나씩 있는데 (왜 두개짜리를 만들지 않을까?) 전기밥솥 -> 국 -> 볶음요리 순으로 해야지 좀 더 효율적이다. 밥도 알맞게 뜸을 들일 수 있고, 국도 알맞게 식으니깐!
오늘 저녁은 감자계란국에 양파랑 콩줄기룰 Tumis 만능 소스에 볶은반찬을 먹었다. 아이들도 점심에 엄청 혼난 뒤로는 밥투정+벌레난리 없이 잘 먹었다.
밥을 먹고 7시 반쯤 현지아이들을 만나서 놀려고 했는데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온다. 예상대로 비가 조금 잠잠해졌을 때 우리가 마당으로 나갔지만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숙소 할머니 손주들은 8명인데 아침 7시에 학교에 갔다가 10시에 와서 놀다가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할머니 집에 놀러 왔다가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20:00 발리스타일 이름짓기
참고로 두번째 택시아저씨가 인도네시안 힌두교 이름 짓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 것이 있는데 정말 신기했다. 인도네시아 힌두교 사람들의 이름에는 성이 없으며 출생순서이름 다음에 개인 이름을 넣는다는 것! 예를 들면 Nyoman Alex는 셋째아들 알렉스라는 뜻이다. 이런식으로 이름을 만들기 때문에 중복되는 이름이 많고 시장에서 Nyoman으로 부르면 다수의 사람들이 쳐다보는 재미있는 상황이 생긴다.
첫째는 Wayan, 둘째는 Made, 셋째는 Nyoman이런식이다. 첫째 아들의 첫째 아들도 ‘첫째’라고 하고, 둘째아들의 첫째 아들도 ‘첫째’라고 부르기에 온 가족이 모이면 서로 헷갈릴 수 있겠다.
20:30 아빠는 종이접기, 나는 짐싸기
오빠가 아이들과 종이접기를 하는 동안 나는 주방용품들을 정리했다. 3-4일에 한번씩 짐을 싸서 이동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진짜로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음을 매번 느끼고 있다. 40리터짜리 가방 3개와 음식이 든 장바구니…발리에서 우리가 가진 전부다.
* 발리 한달살기 유용한 물건: 키친타올과 지퍼백대형
낮부터 폭우가 오고 꿉꿉해서 아무것도 마르지 않는 동부에서는 키친타올이 그릇닦는데 참 유용하게 쓰였다. 선풍기 바람에 오래도록 말리기에는 사방에 벌레+도마뱀 똥으로 너무 찝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미가 득실거리는 이곳에서 대형지퍼백은 아주 유용한 물건이다. 설거지하고 식기류를 정리할 때 보송한 키친타올과 함께 집어넣으면 꿉꿉함을 예방하고 위생을 챙길 수 있다.
키친타올을 큰 마트 아니면 구하기 어려워서 아껴 쓰고 있는데 사누르에 가면 도시가 좀 더 크니까 거기서 또 하나 사서 써야겠다. 한시간 동안 짐을 싸니까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21:30 불편한 것도 끝이 있다
창밖에 바로 멋진 자연이 펼쳐져 있고 침대에 누워 반딧불이가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숙소가 매우 열악하여 삼일 동안 예약한 것을 후회했다.
말하자면 끝도 없다. 우리에게 당연 하기만 했던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었고 화장실은 개방형인 데다가 뜨거운 물과 찬물이 따로따로 나왔다. 샤워기가 있는 곳은 지붕이 없어서 비를 맞아가며 고생스럽게 샤워를 했다.
밤에는 모기향이 꺼지면 모기가 들어왔고 캐노피 모기장이 있어도 곳곳에 난 구멍으로 소용이 없었으며 침대를 비롯하여 사방에 벌레+도마뱀 똥으로 가득했다. 침대 시트도 꿉꿉해서 쓰기 싫을 정도였다. (다행히 베드버그 없음)
밤에는 힌두교 의식인지 북치고 피리불고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고 새벽에는 4-5시부터 동물들이 한꺼번에 떼창을 하니 시끄러웠다. (새벽에 시끄러운 이유를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티르티강가에서 공연을 하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근데 밤 12시까지는 조금 아니지 않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숙소였지만 우리는 한번쯤 이런 불편함을 겪어봐야 성숙하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본다. 아이들도 이런 낯선 상황에 엄청 칭얼거렸지만 삼일 동안 슬슬 적응을 했는지 벌레가 있어도 화장실이 불편해도 이전보다는 덜 짜증을 낸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발리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삼일이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을 마음속에 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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