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자기계발/맘시생일기

순공 14시간

살콤아내 2025. 3. 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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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2개월만 공부해놓고선 시험에 대한 기대를 하다니 욕심이 참 많은가보다.

 

아직 모든 과목을 기초강의도 완강하지 못해서 마음이 너무 급해져서 7시에 눈을 뜨자마자 책상에 바로 앉았다.

참고로 내 책상은 드레스룸 화장실 문앞에 있는 작은 탁자이다. 좁은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서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저녁 6시까지 거의 10시간 정도를 공부했다. 밥먹고 8시부터 밤 2시까지는 아이들이 없는 거실 식탁에 앉아서 4시간 정도 공부를 했다. 합격한 사람들이 하루에 14~15시간 공부를 한다는데, 오늘 순공 14시간을 겪어보니 정말 어지럽고 토나올 것 같이 힘들었다. 하루 14시간 이상, 매일마다 1~2년 동안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금까지 내가 한 공부는 공부가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근거없는 자신감이 쏙 들어가고 겸손해진 마음으로 책을 보게 된다. 친구/지인들과 만남을 하고 싶어도, 우리 아이들과 놀고싶어도 꾹 참아야 한다. 시험공부로 인해 내가 포기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이것들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에 슬프지만 이 마음을 마음한켠에 꾹꾹 눌러담지 않으면 안된다. 숨겨놓은 마음속 상자를 꺼내서 여는 순간 나의 수험기간은 늘어나게 되고 내가 지금까지 한 일들은 다 소용없는 짓이 되니까. 

 

공부를 할 때 내가 이 정도로 간절하게 바란 적이 있었던가? 공부를 좋아했지만 이정도로 간절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대학 입시도, 임용시험도 지금 생각해보면 내적 동기가 아니라 어쩔수 없는 환경에 의해였다는 걸 느끼는 하루다. 이렇게 자기객관화를 해보니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를 알게 되었다.

 

수험생에게 시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데 최근에 불쑥 무언가를 찾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둘째의 어린시절 사진 한 장. 분명이 어디서 많이 보았고 많이 뿌린 사진인데, 이상하게 없다. 무더운 여름 반항기 있는 표정에 더운지 얼굴이 시뻘게진 상태로 시소를 탔는데 멋진 오토바이를 타는 듯한 용맹스런 자세를 취한 사진이다. 23년~24년 중에 놀이터?에서 찍은 사진인데 없다. 그 많고 많은 사진중에 왜 하필 그 사진이 쏙 빠졌을까? 핸드폰에 있는 온 사진을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 어디서 많이 보았고 많이 뿌린 사진인데, 이상하게 없다. 자꾸 사진에 대해 생각하니까  그날 밤 둘째의 사진을 찾아서 행복해하는 꿈을 꿨다. 꿈에서 깨니까 사진을 찾지 못했다는 현실이 있었고 갑자기 둘째의 유년기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이 몰려왔다. 그저 슬펐다. 남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사진이다.

 

며칠 사이에 점점 사진에 대한 기억은 왜곡되고 있다. 어린이집 근처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고 찍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집에서 붕붕카를 타고 논 사진일수도 있다. 너무 뛰어놀아서 머리는 땀범벅에 얼굴은 빨간데, 여름이라 생각했지만 여름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23년보다 더 이전의 사진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에서 사진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콜라주마냥 내가 상상한 대로 붙었다 떨어졌다 이리저리 조합된다. 그 원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간다.

 

이는 사진을 충분히 찾았으니 집착을 놓으라는 지시처럼 느껴졌다. 지나간 일은 그대로 가게 해야 한다. 내가 사진을 찾으려는 의지를 놓는 순간 아이의 유년기가 사라진다는 사고는 아주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어서 깨달아야 한다. 지금 내가 있는 현실이 과거의 사진보다 더 중요하니까.  오늘 때마침 눈이 온다. 눈과 함께 나의 집착을 내려놓고 다시 수험생의 하루로 돌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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