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일상/초등학교 입학 전 해외여행

아이와 발리 한달살기 02일_우붓 투키스, 우붓왕궁, 바비굴링 맛집, 레공댄스 전통공연

살콤아내 2026. 1.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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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부터 동물들이 합창이 있는 발리 우붓

6:00 기상

우붓의 아침은 아주 분주하다. 새벽 5시, 동이 트기도 전에 닭이 “꼬꼬댁” 울어대고, 그 소리에 놀란 개들이 연달아 짖어댄다. 인도네시아는 지진이 잦다기에 건물이 쿵쿵 흔들릴 때는 정말 지진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밖에서 원숭이들이 우당탕거리며 돌아다니는 소리였다. 우붓은 그야말로 동물의 천국이었다. 한바탕 동물들의 소동과 함께 나와 둘째는 잠에서 깨었다.

 

발코니 문을 열자 후텁지근한 낮과는 달리, 발리의 아침 공기는 선선하게 밀려들어왔다. 그 공기 속에는 곳곳에 피어있는 화려한 꽃들의 달콤한 향기도 있었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오토바이의 탁한 매연과 기도자들이 피운 묵직한 인센스 향 같은 이국적인 냄새도 섞여 있었다. 주변의 빽빽한 나무들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아침공기와는 달리 촉촉한 질감이 느껴졌다.

 

 

 



8:00 아침식사는 아보카드 샌드위치와 구아바

 

우리는 호텔 조식을 따로 신청하지 않고, 아침을 모두 직접 해 먹었다. 빵에 치즈와 아보카도를 곁들이고, 소시지와 삶은 달걀, 파파야에 잠바(구아바) 주스까지 준비해 아주 배불리 먹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열대과일이 신기한지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기대만큼 많이 먹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열대과일은 아삭아삭한 식감보다는 망고같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데 우리에게 익숙한 맛은 아니었다. 난생처음 보는 과일이었지만,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맛보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이었다.

 

 

 

2. 코코마트 구경

10:00 코코마트 구경 (꿀팁: 발리의 전반적인 의식주 문화를 학습할 수 있어요)

어제 아이들이 코코마트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게 아쉬웠는지 한번 더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보통 관광지를 가면 시간여건상 한번 간 곳은 다시 방문하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 있으니 아이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여러 번 갈 수 있었다. 부족한 돈을 환전한 뒤 코코마트로 나섰다.

 

아이들은 반복학습이 정답이다. 어제 처음 발리에 와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기후, 음식, 인종, 문화 등 모든 것들이 달랐던 발리 우붓에서의 첫날은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분명 같은 길이었음에도 어제 다녀왔던 그 길을 따라 코코마트를 걸어가는 내내 힘들다는 불평 한마디 없었다.

 

어제 코코마트에서 장을 보며 대략적인 식재료 이름과 용도를 익혀 둔 덕분에, 이번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트 구경이 한결 수월했다. 아이들에게 코코마트에서 파는 다양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하나하나 소개해 줄 수 있었다.

 

첫째가 그렇게 원했던 프랑지파니 꽃핀과 발리 원피스를 사주니 기분이 아주 좋아서 날아갈 듯 보였다. (아이 키가 110cm인데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숙소에서 어깨 쪽을 수선해 입었다. 여행용 실과 바늘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그 밖에도 우리가 먹을 계란, 바나나, 망고, 물, 키친타월 등 여러가지 먹을것들을 샀다.

 

참고) 코코마트 쇼핑물건 및 가격
물 5L (20K), 물 1500ml (6K), 물 600ml (4K), 망고잼 미니 (8K), 우유 1L (34K), 라면 Aceh맛 (27K), Indofood Bumbu Racik Tumis 소스 (2K), Kobe Bymbu Soto Ayam 소스 (4K), Dec VCO 코코넛오일 100ml (40K), 그래놀라 (60K), Mangga 망고 (8.5K), 바나나 (15K), Sayur Hijau  Caisim 청경채 (6K), Kol Putih 양배추 (12.4K), Telur 10 계란 (6K), 발리꽃머리핀 (20K), 원피스 (155K), 지퍼백 (39K), 키친타올 (16.5K)

 

 

우리가 마트에 있는 사이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있었다. 혹시 몰라서 우비를 들고 오긴 했지만 비를 맞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비가 오고 해가 떠서 찜통이었지만 우리나라만큼 타 죽을 더위가 아니라 열기가 조금 있는 느낌이었다.

 

 

첫째의 행복한 기분은 잠시였다. 숙소 가는 길에 원숭이 포레스트를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데, 원숭이 몇 마리가 오더니 길을 막아섰다. 우리는 원숭이를 도발하지 않기 위해 그냥 멈췄고 갑자기 그중 한 마리가 첫째가 들고 있는 야채(sayur hijau 청경채)를 달려들어서 빼앗아갔다. 내가 뒤에 있었는데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손 쓸 겨를이 없었고, 만약 뭔가 대처를 했더라도 원숭이에게 할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첫째는 분노에 차서 엉엉 울고 원숭이 죽여버릴 거야...라는 무서운 말을 했다. 주변에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아이를 보고 아주 안쓰러워했다.

 


3. 우붓왕궁 주변 관광하기 (투키스, 우붓아트마켓, 바비굴링, 레공댄스)


12:00 원숭이와 함께하는 점심식사

 

숙소에 와서 점심을 준비했다. 점심은 한식. 계란국/육개장, 김, 생선, 샐러드다. 아침을 너무 든든하게 먹어서 점심은 간단히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침에 망고를 먹으려고 했는데 후숙이 안된걸 까버려서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원숭이들 먹으라고 베란다에 두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원숭이 다섯 마리가 나무를 타고 내려와 우르르 몰려와서 먹는데 참 귀여웠다. 그리고 원숭이들이 짝짓기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뭐 하는 거냐며 신기해했다.

 

 

15:00 투키스 코코넛 샵에서 아이스크림 먹기! (꿀팁: 우붓 투키스는 2곳인데 위치를 잘 보고 가세요)

 

밥을 먹고 치우니 오후 2시가 되었다. 누워서 조금 뒹굴거리다가 우붓왕궁으로 가려는데 둘째가 찡찡대서 첫째와 남편만 먼저 보내고 나중에 우붓왕궁 가는 길에 있는 투키스 코코넛 샵에서 만나기로 했다.

 

30분이 지나니 둘째가 좀 진정되어 우붓왕궁으로 향했다. 몽키포레스트와 반대방향으로 쭉 걸어 올라가면 된다. 우붓왕궁 방향은 번화가인 만큼 좀 더 가게가 다양했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분명 우붓왕궁 가는 길목에 투키스 코코넛샵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어서 계속 걷다 보니 우붓시장까지 걸어갔다. 

 

우붓시장에 거의 도착해서 알았는데 우붓 투키스는 Lucy’s Batik 옆과 우붓왕궁 옆에 두 곳이 있었다. 남편과 첫째는 Lucy's Batik 옆에 있는 투키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이미 그곳을 지나버렸으므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우붓왕궁 옆에 있는 투키스로 가서 와퍼콘 아이스크림 (43K)을 먹었다. 남편과 첫째는 투끼스에서 코코넛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한다.

 

 


16:00 우붓왕궁과 우붓아트마켓 구경하기

 

남편과 연락이 닿아 레공댄스 공연이 열리는 우붓왕궁 앞에서 만나서 레공댄스 티켓을 구했고 우붓왕궁을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우붓아트마켓을 보기로 했다. 남대문시장 느낌인데 파는 물건이 다 비슷하다. 가장 전통적인 나무자석을 샀는데 퀄리티가 영 아니었다. 처음부터 호갱이 되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사누르 기념품샵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편이 좋다. 

 

아트마켓을 좀 더 구경하다가 하늘에서 한 두 방울 씩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잠시 어떤 가게에서 큰 비를 피하고 비가 잠잠해질 때쯤 근처에서 유명한 현지식 바비굴링 집 Gung Gung에 갔다.

 

 

Gung Gung은 2층 오픈된 식당이라 우붓 시내가 잘 보이는 곳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운치 있게 먹을 수 있었다. 원래는 5시에 마감 이랬는데 우리가 갔을 때 주문을 받아주어서 고마웠다. 우붓 로컬식당은 피손우붓의 1/10 가격이었다. 물론 그만큼의 퀄리티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완전 현지스러운 집으로 식당 주인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지만 주인이 매우 친절했다. 메뉴판도 뭐가 뭔지 몰라서 일단 시킬 수 있는 건 종류별로 시켜보았다. 메뉴는 단일로 가장 양이 많은 스페셜 (65K) 2개와 음료 Teh bottle 실론티 맛난 홍차음료 (5K), Temuwalak 전통강황주스 (5K), Es Teh 아이스티 (5K) 이렇게 먹었다. 다들 발리 가면 발리밸리 걸린다고 얼음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더워서 아 모르겠다 하며 이때부터 얼음을 신경 쓰지 않고 먹었다. (결론적으로 배탈 안 나고 무사히 한 달 살기를 했다.)

 

어른 입맛에는 정말 맛있었지만, 향신료 때문인지 아이들은 맨밥 말고는 거의 먹을 것이 없었다. 바비굴링은 돼지껍질 요리라는데, 이상하게도 이 집에서는 돼지껍질을 먹은 기억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갈색 과자 같은 것이 바비굴링이었고 아이들이 그게 제일 맛있다며 모두 먹어버린 것이었다.

 

 


19:30 우붓왕궁 레공댄스 (매주 목요일)

 

우리는 자리를 잡기 위해 바비굴링을 먹고 1시간 반 일찍 우붓왕궁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긴 했지만 미리 앉아서 공연준비하는 걸 보며 아이들과 미리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쉴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을 잘 먹지 못한 아이들이 배고플까 봐 근처 편의점에서 물과 빵을 사 왔는데 물만 마시고 빵은 달다고 먹지 않았다. (근처 편의점에는 샌드위치 같은 간식이 없었다) 화장실은 공연무대 오른편에 있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레공댄스는 아이들과 정말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신과 여신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인간세계로 내려왔다는 이야기, 악마가 새의 영혼처럼 자유롭게 춤을 추는 이야기, 금지된 사랑이야기 등 전통적인 발리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가물란 악기소리가 참 아름다웠고 무용수들의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연기가 압권이었다. 무용수들은 손을 4자로 만들고 흔드는데, 관절이 나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21:30 그랩을 타고 호텔로!

공연은 9시에 끝났다. 둘째는 많이 피곤했는지 막바지에 거의 잠이 들었고, 첫째는 끝까지 재미있게 관람했다. 돌아오는 길은 걸어가기엔 벅차 택시를 잡았는데, 공연이 끝난 뒤 수많은 인파와 택시들 사이에서 우리가 예약한 그랩 택시를 바로 찾아낸 게 꽤 신기했다. 우붓 왕궁 주변 도로는 일방통행이라 우리가 왔던 길로는 되돌아갈 수 없었고, 코코마트 쪽으로 크게 돌아가야 했다. 덕분에 코코마트 위쪽,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골목들을 구경하는 뜻밖의 재미도 누렸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나는 오랜만에 첫째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잤다.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와 함께 한자를 공부하고, 밤에는 일기를 쓰고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여행 중에도 이렇게 꾸준히 자기 몫의 공부를 이어가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 멋지다, 우리 딸. 

 

첫째는 다리가 많이 아픈지 주물러 달라고 했다. 내일은 마사지 오일을 하나 사서 제대로 마사지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하루 종일 많이 걸어 잠자리에 들 때면 종종 쥐가 나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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