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대 중후반 스포츠강사)와 리히치로(30대 초반 서점직원)는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결혼생활을 마치고 이혼한 젊은 커플이다. 알콩달콩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신혼부부가 헤어진 이유는 사산한 아이 신노스케 때문. 아이가 사산할 때 리히치로는 회사일 핑계를 대고 슬퍼하는 하루를 제대로 위로하지 못한다. 리히치로는 사실 아기를 먼저 떠나보낸 밤 먼저 간 (하루보다 더 연약하고 슬플) 아기를 위로하기 위해 밤새 영안실에서 아기를 위해 울어준다. 이를 몰랐던 하루는 리히치로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서 이혼을 원하게 된다.
결국 두 커플은 이혼하게 되지만 어쩌다 보니 리히치로의 친구인 산부인과 의사 가이에다씨와 하루의 여동생 시즈카와 함께 단골 술집 '하나카고'에서 종종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 이혼했지만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 이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의 재혼 상대를 골라주겠다고 약속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심지어 서로의 결혼식 날 주례를 서주겠다는 이상한 말까지 한다.
하루는 나가토미 (하루의 결혼식을 담당했던 웨딩홀 직원으로 알고보니 재벌가 남자)와 기타지마선생 (하루의 스포츠클럽 회원이자 여동생 시즈카의 교수)과 썸을 타지만 리히치로의 행복을 먼저 빌어주기 위해 더 이상 깊은 관계로 발전하지 않는다.
"이왕 새로운 사랑을 한다면 새로운 만남으로,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저를 새하얀 캔버스로 생각해주는 사람과 사귀고 싶어요"
"야마모토 유조가 어떤 소설에서, 부부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 적이 있었다. 오른쪽 신은 왼발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양쪽이 아니면 한켤레라고는 하지 않는다."
"전.... 그 사람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래요. 그 사람의 행복을 지켜본 연후에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려고요.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해요."
"참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리히치로를 좋아하니까!"
하루는 하루의 스포츠클럽 신규회원인 소꼽친구 가스미 (광고회사에 다녔던 부유한 남편과 이혼했고 여자아이가 있음)를 리히치로에게 소개시켜준다. 잘 되는 것 같다가도 가스미는 리히치로가 하루만큼 하는 것처럼 자신을 대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를 포기하고 떠나버리고, 그의 빈 자리는 동창회에서 만난 그의 첫사랑 다미코 (요리학원 강사)가 채운다.
지금까지 하루와 리히치로는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자존심 때문에 꺼내지 못했다. 겉으로는 서로의 행복(재혼)을 위해준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헤어지고도 종종 만나서 연애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게 아닐까. 어쨋든, 서로가 진심을 전하려 할 때마다 타이밍이 맞지 않게 되고 결국 리히치로가 다미코랑 결혼하기에까지 이른다. (누군가 빨리 결혼을 해야 이 애매한 관계가 해소되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기 때문에)
리히치로와 다미코의 결혼식 날 하루는 목사로 주례를 서고 (하루 아버지가 목사임) 알 수 없는 감정에 둘러쌓여 결혼서약을 하는 데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린다. 누구보다도 리히치로를 사랑하고 그의 행복을 바라지만 후회할 것 같은 느낌... (결혼식 시작 전 가이에다씨로부터 리히치로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기 때문)
"결혼식 때 하루 씨의 눈물을 보며 생각했어요. 하루 씨는 눈물로 성서의 구절을 읽으면서 분명 그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나는 당신을 평생 사랑하겠어요, 누구도 상처 주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당신을 계속 사랑하고 싶어요"
"그 사람과 함께 생활했던 때가 갑자기 떠올라서... 하지만 그건 남아 있는 추억과 작별하기 위한 눈물이었어요."
기타지마 선생의 부인은 하루에게 이런말을 한다. (기타지마 선생과 별거중이며 이혼요구를 받아주지 않고있음. 하루에게 찾아가서 이혼신고서를 제출해달라고 부탁함.)
"남편이 그러더군요. 하루 씨가 내게 이혼신고서를 돌려준 것은 하야세 씨를 언제까지나 계속 사랑할 거라는 연애선언이라고... 나로선 믿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중략) 뺏어버리면 돼...."
"나는 편해지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속속들이 헤아리고, 속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며 세월을 보내는 건 이제 지긋지긋했다. 요컨대 연애시대와는 이제 연을 끊고 싶었다."
"단순한 노동에 불과한 연애시대 였다는 식으로 매듭짓고 싶지는 않았다. 그 시간만큼의 교훈을 제대로 얻고 싶었다."
하루는 리히치로의 재혼에 대해 좋게 생각하면서도 썸타는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를 끊고 폭식을 일삼는 등 힘들어한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는 후쿠오카행 기차를 타고 홀로 이별여행을 떠난다. 다미코는 요리강의 때문에 늦게 되고 리히치로는 홀로 저녁에 남겨있다.
언니를 걱정하는 시즈카의 계획으로 인해 ('하루가 사라져서 걱정된다!고 리히치로에게 전화함) 리히치로는 하루와 후쿠오카행 열차를 타게되고 둘은 지금까지 숨겨왔던 속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항상 시즈카와 가이에다와 함께 어울려서 둘의 진심을 터놓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
"아무것도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시간을 두고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하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기차안에서 아버지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상담전화를 건다. 아버지는 하루만을 위한 특별한 상담을 진행하며 진심으로 조언해준다. (크리스마스 특집상담은 애초부터 없었고, 하루만을 위한 이벤트였음)
"그 사람과 종착역까지 가면 되는 겁니다. 저는 꼭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우리가 다시 불붙는다 해도 그래서 우리가 행복해질지 어떨지는 모르느 거잖아요.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될지도 몰라요."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입니다. 당신과 그가 지낸 세월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중략) 힘내거라 하루, 힘내서, 너에게 어울리는 행복을 잡으렴"
리히치로는 하루와 마지막 종착역인 삿포로에 내려 도착한다. 리히치로는 먼저 용기있게 그의 맘을 고백한다.
"우리 다시 시작해 보지 않을래?"
"너를 행복하게 하는 거, 다시 한번 시작하는 거..... 한 번 실패한 우리라서 겁쟁이가 되어 있었어. 또 실패할지도 몰라. 아니, 우리니까 분명 실패투성이에다 너를 또다시 상처입히고 말거야."
"너를 행복하게 해줄 때 까지 평생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나 노력해 보고 싶어"
" 부탁이야, 대답해 줘. 달아나지 마, 하루!"
" 포기하지 마. 넌 싸우는 여자잖아!"
<연애시대>는 다미코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편지로 결말을 맞이한다. (다미코는 혼인신고서를 하루에게 줬는데, 하루는 리히치로에게 그걸 보여줬고, 결국 혼인신고를 등록하지 않았음)
마지막장에는 하루와 리히치로, 그녀의 딸 그리고 뱃속의 아가와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둘이 꿈에 그리던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있지, 큰 소리로 말 못하지만 너로 인해 엄마와 아빠가 연결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쓸쓸해질 때가 있어. 아빠의 따스함을 공연히 확인하고 싶어질 때는 내 쪽에서 보채서 안겨. 그래야 엄마는 겨우 안심이 돼"
"우리 세 식구는 마치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어. 잠시 똑같은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어보자. 분명 들릴 거야. 틀림없이 곧 들릴 거니까."
[연애시대 감상평]
결혼 3년차인 지금은 아이도 있고 생활을 영위해가는 찌든 현실속에서 부부간에 예전과 같은 설레임이나 긴장감은 없다. <연애시대>를 읽으며 우리 부부에게도 하루와 리히치로와 같은 <연애시대>가 있었음을 기억하게 되었다. 우리도 별 거 아닌걸로 자존심(사랑)싸움 할 때도 있었고, 신혼 초 따뜻하고 단란한 가족의 미래를 꿈꿔왔다. 이렇게 맘 속 묵혀뒀던 우리의 달달하고도 애절했던 사랑이 떠오르려 한다.
육아를 하는 내내 우리는 찐가족이 되었는데... <연애시대>를 보니 다시 신혼 초로 돌아가고 싶다 ^^ 남편을 더 사랑하고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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