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11. 2. 작성)
요즘 첫째가 25개월이 넘어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예전에는 고분고분 했다면 이제는 반항도 하고 요구사항도 늘어서 떼를 쓰는 미운 세살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훈육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요즘 스마트한 엄마들처럼 우아하게 육아를 하리라 다짐했지만... 실전은 쉽지 않다.
참다참다 인내심이 폭발하는 날이면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아이의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또롱또롱 흘러내리는 걸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못난 엄마인가...하며 마음속에서는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내 육아방법을 개선하고자 육아책들을 찾다가 <아이를 혼내기 전 읽어야 할 하브루타 대화법>을 발견했다.
하브루타는 이야기 속에 자신을 투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 변화의 동기를 찾게 한다. 이 책에서는 책임감, 배려심, 도전정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하브루타 대화법이 각각의 사례와 이와 관련해서 아이에게 들려줄 이야기, 이야기에 대한 질문과 이를 풀어나가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밖에 있는 백 명의 스승보다 한명의 아버지가 낫다"는 탈무드의 격언처럼,
자녀에게 맞춤교육을 할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부모다.
내용이 쉽고 간결해서 하루정도면 재미있게 후딱 읽을 수 있다!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꼭 읽어야 하는 인생책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하브루타의 교육의 장점을 언급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헤아리는 데서 시작한다. 하브루타를 하다보면 가족끼리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속속들이 알게된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연히 애착이 형성되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처럼 우리가 우리의 자녀를 사랑한다면 하브루타는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녀를 무시한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사랑은 강요에 가깝다. 훈육이라는 말로 아이에게 일방적인 가르침을 전하고,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은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가 어떤 표현을 해도 건성건성 듣고 넘긴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속에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많은 인내심과 시간투자가 필요한데, 이 책을 읽으며 하브루타를 실천하는 것은 곧 아이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하브루타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핵심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브루타는 (우리나라로 치면) 밥상머리 교육이다. 유대인들은 식사시간을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남을 배려하고 식사예절을 지키며 감사하는 배움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하브루타가 되려면 식사시간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어야 한다.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는 대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를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아이와 먼저 신뢰를 쌓고 유대관계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애착을 잘 형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배려하는지 금새 알아챈다고 한다.
대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하다면 대화가 제대로 될리 없다. 대화를 원활하게 하고 싶다면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이는 아이의 생각/감정을 수용함으로써 아이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다음으로 부모는 직접 잘못을 지적하거나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일방적으로 조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과 대화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생각을 표현하도록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것이 좋다.
"두드려라. 두드려야 문 안에 있는 사람이 네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전할 때가 많은데, 이는 게으른 잔소리에 불과하다. 한번의 손쉬운 잔소리보다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생각을 키우는 하브루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내 아이가 짜증을 내고 투정을 부린다면 하브루타 교육법을 활용해보자. 아이의 짜증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부모와의 관계라든가 무언가 문제가 있어도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어 짜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를 다그치거나 같이 짜증을 낼 게 아니라 일단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 좋은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나가며 아이 스스로 짜증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도록 하게 하자. 원인이 해결되면 짜증도 해소된다.
아이들은 변한다. 늘 하던 일도 갑자기 거북스럽고 하기 싫어지거나 귀찮아질 수 있고, 그래서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를 성장시키는 하브루타 질문법
하브루타에서 질문은 사랑이고 관심의 표현이다. 좋은 질문은 우호적이고, 구체적이고, 생산적이며, 창의적이어야 한다. 또한 질문은 위대할수록 좋다. 위대한 질문은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때론 상식에 벗어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질문들은 잔소리에 불과하다.
정답을 정해놓고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식의 질문, 교묘하게 아이를 탓하고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말, 아이의 말을 건성으로 듣거나 공감을 표하지 않는 태도, 말과 비언어적 표현이 일치하지 않는 대화는 아이의 대화 의욕을 꺾는다.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한 부모의 조건은 무엇인가?
먼저,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보다 부부관계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며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고 한다. 자녀를 잘 키우고 싶다면 배우자의 관계부터 회복해야 하며 부모 자신도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된 사랑이다. 주지않는 것이 더 큰 사랑이다. 왜냐하면 주는 것보다 더 주지않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결핍이 절실함을 부르고 동기를 불러 일으킨다. 결핍을 배우고 불편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인생을 바
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로 부모는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하는 아이를 칭찬하여 아이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실패했을 때에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 안내해주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은 "잘 할 수 있겠어?", "그거 망가지면 어쩌려고 그래?"라며 은연중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주입하는데, 실패가 두려우면 익숙한 것만 찾게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아이를 만들어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 어떤 일에든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자녀에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부모들이 하는 흔한 실수가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만 약속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가령 아이에게 기회를 여러번 주는 것도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탈무드에서는 "아이에게 무언가 약속하면 반드시 지켜라. 지키지 않으면 당신은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책에서 말한 대로 하브루타 교육법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육아방법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김금선 저자는 정기적으로 하브루타 가족 워크숍을 열어서 각자 프레젠테이션으로 개인의 꿈과 비전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이론을 실천하는 저자가 대단하기도 하고...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 나도 아이가 좀 더 크면 하브루타를 실천하여 서로 대화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카릴 지브린의 시로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칼릴 지브란의 시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생명의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으나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줄 수 있으나 생각을 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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