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자기계발/맘시생일기

시험 끝나고 2주 동안 외장하드 35GB 지우기

살콤아내 2025. 4. 1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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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나고 2주 동안 35GB를 하드에서 지워버렸다.

 

언젠간 보겠지 하고 모아놓기만 한 사진과 문서파일. 결국 10년이 지나도 보지 않게 되더라... 우리는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가두기에는 너무나도 별볼것 없는 생물인가보다. 35GB나 되는 파일을 일일이 다 열어보는 데도 이렇게나 오래걸리는데, 매일 열심히 저장해 둔 기록물들을 자세히 볼 날이 있을까? 20대까지만 해도 아직 20년밖에 살지 않은 나는 나의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했는데, 30년 넘게 살다보니 모든 걸 다 기억하고 가져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정말 중요하고 의미있지 않는 이상 기록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을 하나씩 보고 지우면서 약간은 허탈했다. 순간을 좀 더 즐길걸... 물론 사진을 잘 기록해두니 그때그때 기억을 편리하게 꺼내보고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지금은 첫째아이 어린이집 사진을 보고있는데, 어린이집을 보내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둘을 혼자 키우느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어린이집에서는 1대 1케어가 불가능하니 아이가 더 발달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 때는 키즈노트 사진을 보면 우와! 하며 어린이집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좋아했는데, 다시 보니까 그 많은 아이들이 순서대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면서 사진찍기용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하루 일과중의 많은 시간은 기다리는 데 사용되고 아이들은 사진찍을 때만 잠깐 페인트칠해보는식으로 이루어진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교육시스템에 화가나기도 하면서 다시는 사람많은 기관에 보내지 말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역시 사람을 키우는 데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수다.

 

아이들을 하원하러 가는 길, 아이들과 시간을 더 알차게 재미있게 보내자고 다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몸이 아프니까 생각대로 케어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둘째는 너무 말을 안들어서 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힘이든다. 매일마다 진통제를 먹어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 참고 그냥 잔다. 언제쯤 나는 이상적인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을 지우면서 별별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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