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라이프/적당히 만족하며 살기

10평 작은 집으로 이사준비 (30년 구축 탑층 아파트 이사)

살콤아내 2020. 10. 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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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전세기간 만료일이 다가왔습니다. 작년에 집주인이 바로 집을 판다고 말했는데, 12월에 집이 바로 팔렸고 우리에게는 3개월 정도 이사 갈 여유가 있었습니다.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구매해서 전세연장을 못하고 나가야 해서 미리 짐을 조금씩 싸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데 남편이 갑작스럽게 타지로 발령이 나서 3주안에 급하게 이사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새 집주인과 이사날짜를 앞당길 수 있어서 전세금에는 문제가 없었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 간다는 생각에 들떴습니다.

 

네이버부동산, 직방, 부동산 114, 호갱노노 등에서 살고 싶은 집을 깐깐하게 고르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행복한 상상에 젖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동산에 문의하니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들은 바로바로 나가서 없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고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 이사철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는 말입니다.

 

2-3월이 이사철이라 이미 전세 물량은 없었고 이사짐센터 찾기도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녔지만 학교 다녀오면 이미 이사가 끝나있어서 잘 몰랐는데, 막상 결혼 후 처음으로 대규모 이사를 준비하려하니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금전적으로요! 교환학생 짐싸기랑 대학 기숙사 이사와는 차원이 달랐어요!

 

저희 부부는 신혼집을 시골에 있는 저렴하지만 넓은 신축아파트에서 시작해서 눈이 높아질 때로 높아졌습니다. 같은 전세가격이면 도시에서는 10평이나 더 작은 구축아파트에서 살았을지도 모르죠. 조금씩 저축한 돈과 전세금을 모으고 모아서 대도시에서 원하는 집을 고른다는 생각이 참 순수했습니다. 20평대 구축아파트 전세가 최소 2-3억정도 하더라구요.

 

어쨌든 매물이 없는 인터넷을 보는 것은 무의미해져서 이사 갈 동네의 공인중개사에게 일일이 다 전화를 돌리며 매물이 있으면 즉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초초해하던 찰나 공인중개사로부터 저희가 원하는 20평대 방 3개짜리 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집을 구매하는 것도 아닌데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매달 내야 하는게 싫어서 (한달에 이자로 10-20씩 나가면 꼭 월세같잖아요!) 저희는 빛 없이 전셋집을 마련했습니다. 운 좋게 급매물로 나온 전세가 있어서 보지도 않고 바로 다음날 계약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이 집은 전세매물로 나온 날 집주인이 바뀌었는데, 새 집주인도 집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전 집주인이 오전에 이사가자마자 오후에 한번 보고 바로 계약했어요.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구매하시는 분들은 아파트 상태를 보지 않고 바로 구매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30년이 넘은 방 3개짜리 오래된 복도식 탑층 아파트였는데 여긴 복도식이지만 이웃이 1명밖에 없어서 나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집이 좋았던 점은 우리 예산을 초과하지 않았으며, 남편 회사랑도 가까웠고 아파트 수명에 비해 깨끗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살아보니 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건 맨 마지막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구하기가 힘들 듯이 이사 날짜에 맞는 이사짐센터를 찾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보이는 이사업체 광고마다 발품을 팔아야 했죠. 최종적으로는 더이사라는 업체에서 계약을 했는데, 이곳은 아마 전국에 이사팀들 (남자3, 여자1)을 연결해주는 곳 같더군요. 가구파손, 집 천장 파손 등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여기서 조정해줘서 참 좋았습니다.

 

냉장고가 찌그러지고 천장석고보드에 구멍이 났는데 소장님께서 손해를 감수하시고 이사가 끝나고 잘 보상해주셨어요. 나중에 보상연락 준다고 해놓고 잠적하시는 분들도 많다는데 여기 소장님은 책임감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추운 날 밤 9시까지 이사를 마쳐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심지어 팀이 없어서 서울에서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아침 8시부터 오셨는데 퇴근하면 새벽이었겠어요.

 

 

TIP. 이사하는 달에 따라 이사비용이 달라져요.

저희는 1월 말 34평 기준 1.52대 고속도로로 1시간 거리를 200만원 정도로 계약했는데, 만약 이사철인 23월에 이사를 하게 된다면 부르는게 값이라고 합니다. 저희처럼 급하게 이사준비 하시는 분들은 눈물을 머금고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TIP.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현관문에 노란 물자국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아파트 현관 물고임)

처음 아파트를 보러갔을 때 현관문 앞이 노랗더라구요. 뭔가 했는데 살아보니 비만 오면 물이 고이는 곳이었어요. 급하게 아파트를 구해서 선택권이 없었지만,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복도식 아파트 현관에 물고임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파트가 오래되서 그런지 바닥이 V자로 기울어져 있어서 수평이 안맞고 복도식이라 비가 새차게 불어닥치면 현관문에 물이 고여서 택배도 젖고, 나갈 때 신발도 젖습니다. 문도 녹쓸어서 삐그덕 소리가 나고요, 정말정말 불편해요.

 

 

TIP. 아기가 있는집은 신축이 편해요

우선 오래된 집은 샷시가 오래되서 뒤틀리고 바람이 다 샙니다. 창문이 덜컹거리고 회오리 소리가 엄청나요. 투명5중날 문풍지를 붙여서 바람을 잡긴 했지만 문 여닫는 레일에 기존에 붙어있는 문풍지 털가루가 날립니다. 아기가 그걸 먹을까봐 겁나요. 바람보다 더 최악인건 샷시가 들뜨니 그 사이로 모기가 다들어옵니다. 하루에 10마리 이상 잡아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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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중날 투명문풍지 시공사진입니다. 양면테이프처럼 쉽게 붙일 수 있고 5중날이라 바람이랑 먼지, 벌레 다 차단돼요! 최소 4개는 있어야 베란다, 현관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2중날 문풍지랑 5중날 문풍지 비교샷

 

 

그리고 베란다 바닥을 가린다고 카페트타일을 샀는데 베란다 벽에서 물이 새서 바닥에 깔아놓은 카페트타일이 다 젖어서 곰팡이 천지가 되었습니다. 집주인이 고쳐준다고 했는데 한계가 있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복도가 좁아서 유모차를 끌고다니기 매우 불편합니다.

 

30년된 보일러는 뜨거웠다 차가웠다 온수가 제멋대로입니다. 아기가 크면 샤워기로 편하게 씻기려고 했는데 화상입을것 같아서 못하겠어요. 온수조절이 잘 안되요.

 

 

TIP. 구축 탑층 아파트의 장단점

 

저는 탑층아파트에 사는데, 최고의 장점은 전망입니다. 앞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첩첩산중이 보여요. 시야가 탁 트여서 답답하지 않고 좋습니다. 층간소음도 없고요.

 

그러나 최악의 단점은 하수구 악취입니다. 아파트가 튼튼하게 지어져서 소음 문제는 없는데, 화장실, 세탁실, 싱크대 하수구를 통해 암모니아 가스가 역류하더라구요. 그리고 베란다에 세탁기를 두고 쓰는 집들이 많은데 베란다 하수관을 통해 세제냄새, 섬유유연제 냄새 다 섞여서 올라와요.

 

집을 계약할 때는 살아보지 않으니 몰랐습니다. 집주인에게 말하니 하수구냄새 참고 살라고 하더라구요.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결국 저희가 기사 아저씨를 불러서 가장 심했던 세탁실 하수구트랩을 시공할수밖에 없었습니다. (6만원 정도 하더라구요.)

 

 

전문기사가 하수구시공을 해야 악취가 완벽히 차단됩니다. 옛날 집이라 배관사이즈가 달라서 그에 맞는 하수구유가(하수구육가)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구축 아파트는 10x10cm인데 신축은 13x13cm정도 되더라구요) 하수구 실리콘 뚜껑 다 소용없어요. 암모니아 가스가 다 새요!

 

아래는 하수구유가/육가 사진입니다.

 

또 다른 탑층의 단점은 직사광선과 결로입니다. 탑층이 덥고 춥다는건 알겠는데, 그것보다 베란다 직사광선 때문에 가구랑 매트가 변색될 것 같더라구요. 지킴이 썬팅필름(물로만 점착, 5M 22,000원/ 10M 44,270원)을 사서 붙였는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5M는 20평대 배란다에 부족해서 하나 더 샀어요.

 

 

지킴이필름 (26평 베란다에 5M 부족해요. 차라리 10M사는게 더 좋아요. 시공 포스팅은 따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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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탑층이라 시멘트 벽이 노출되어 있다보니 베란다 창고에 곰팡이가 폈습니다. 장마가 역대급으로 길었던 탓도 있지만 탑층이라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창고에 두었던 액자에 곰팡이가 펴서 다 버렸습니다. 결혼액자였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추가) 아파트 베란다 시멘트 벽에서 물이 새요 (구축아파트 베란다누수)

옛날 베란다 타일이 보기 싫어서 타일카페트를 깔아놨는데 비 올 때마다 젖어있는거에요! 알고보니 벽에서 물이 조그맣게 새서 흘렀더군요! 매번 타일카페트 말리느라 정말 고생했어요.

 

 

원인1. 아파트 샷시 외벽쪽 물막이 부분에 실리콘 처리가 되지 않음. (아파트를 지을 때 실리콘 처리를 깜빡하고 안했거나, 실리콘이 노후되서 틈으로 물이 들어옴)

원인 2. 아파트 샷시가 튀어나와서 물이 들어오도록 잘못 설계함. (관리사무소 직원이 와서 확인해본 결과 애초부터 샷시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들었네요. 샷시를 교체하지 않는 이상 이런 문제는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원인 3. 아파트 외벽에 구멍이 있거나 아파트 옥상 누수가 의심됨.

 

해결책) 샷시를 교체하거나 물막이 부분 실리콘 방수공사를 해야함. (베란다는 공유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자가부담을 해야함. 단, 공유부분인 아파트 옥상과 외벽 보수공사가 필요한 경우라면 자가부담금 없음)

 

 

저희는 집주인이 실리콘 방수공사를 해줬습니다. (20-25만원) 그러나 1개월 후 장마가 지속되자 물이 또 새더라구요. 결론저그로 아파트 샷시가 튀어나오게 시공되서 물막이 부분에 물이 들어가는 구조?라 어쩔 수 없대요...

 

 

구축 탑층아파트는 빚좋은 개살구에요. 앞에 시야가 탁 트이지 않았더라면, 저렴하지 않았다면 계약하지 않을 집입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수리하고 다듬을 것이 많아서 생각보다 쌩돈이 많이 들어가서 저렴한지도 모르겠어요. (싱크대 가스스프링부터 화장실 수납장, 휴지걸이, 비누받침까지 자잘한것에 매몰비용이 많이들어갑니다.) 어서 돈을 모아 외풍, 모기, 악취 없는 곳에서 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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