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한 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입덧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힘들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저도 심한 입덧으로 고생했으니까요.
임신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임산부들을 입덧을 하게 됩니다. 입덧은 평균적으로 4주~16주까지 하게 되며, 입덧의 종류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먹덧과 토덧입니다.
먹덧과 토덧
먹덧은 계속해서 먹어야만 울렁거리는 증상이 사라지는 입덧 유형입니다. 공복 상태가 되면 입덧 증상이 심해지게 됩니다. 특정 음식을 자꾸 당기게 되거나 끊임없이 위를 채워야 해서 임신 말기가 되면 살이 찌게 됩니다.
토덧은 입덧을 유발하는 특정한 냄새를 맡거나 음식을 먹게 되면 구토를 하게 되는 입덧 유형입니다. 배가 고파도 뭘 먹으면 구토를 하게 되서 살이 빠지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토덧이었습니다. 고추가루, 마늘 등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못했습니다. 한국음식은 대부분 고춧가루랑 마늘이 들어가서 입덧기간 동안 거의 아무 음식도 먹지 못했어요. 남편이 퇴근하고 나서 밥을 차려주고 남편이 밥 먹는 것만 구경했어요.
쫄쫄 굶는 제가 불쌍했는지 남편이 김에 밥을 싸서 줬는데 그것도 먹으면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더부룩하고 신물이 올라와서 너무 힘들었어요. 많은 임산부들이 입덧을 겪을 때 김치 냄새 때문에 냉장고 문을 못 열게 한다는데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음식 냄새가 예전처럼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샴푸, 치약, 술냄새 등 특정 화학제품 냄새에 매우 민감해졌습니다. 이 닦을 때마다 헛구역질이 나왔어요. 그래서 결국에는 향이 덜 자극적인 아기샴푸, 아기 치약을 썼습니다.
블로그, 맘카페 등 여러 곳에서 입덧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찾았습니다. 몇몇 분들은 아이스크림으로 입덧을 달랬다는데요, 저는 그 방법이 맞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회식하고 올 때마다 메로나랑 셔베트류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함께 먹었는데, 먹은 직후 토덧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중에 아이스크림 성분을 찾아봤는데, 아이스크림에는 인공색소, 방부제 등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가요. 그 중 하나가 지방과 물을 섞는 유화제(모노글리세이드, 글리세린 지방산에스테르)인데, 한마디로 계면활성제 같은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간 유화제는 신장과 간에 해로우며 다량 섭취 시 기형아의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입덧은 왜 하는걸까요?
입덧은 태아를 외부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신체의 방어기전이라고 합니다. 임신하면 평소보다 감각이 예민해지게 돼요. 제가 좀 예민한 편이라 그런지 아이스크림은 임신 중 먹으면 속이 매우 불편했습니다. 아마도 제 몸이 해로운 물질을 걸러냈나 봐요.
임신 2-3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까 정말 얼굴이 반쪽이 되었어요. 저의 입덧 에피소드를 잠깐 풀어볼게요.
1. 얼굴 실핏줄 터짐 먹은 것도 없는데 신물이 올라오고 항상 명치쪽이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이라도 먹으면 구역질이 나다가 연속 6회 오바이트 콤보가 시작됩니다. 하도 토덧을 많이하니까 나올게 없어서 결국에는 위산이랑 초록색 즙?까지 나오고 얼굴에 실핏줄이 터지더라구요. 2. 수액처방 토덧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먹게 되니까 인생이 매우 무기력해집니다. 배가 고프면 사람이 게을러지는거 같아요. 힘이 없으니 만사가 귀찮고 눕눕하게 됩니다. 결국 내과에 가서 수액을 맞았어요. (시골이라 산부인과가 없음) 내과에서 입덧으로 해줄 수 있는게 수액밖에 없다고 하네요. 임산부는 건강보험 적용되서 수액이 3500원인가 그랬어요! 3. 편도결석 토덧을 3-4개월 넘게 하니까 목구멍에 가래나 사탕같은게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입을 벌리고 거울로 목구멍을 보니 하얀 구슬같은게 있더라구요. 손으로 빠지지도 않고. 임신 막달에 이비인후과 가서 제거했어요. 지속적인 토덧으로 식도로 음식물이 넘어오니까 찌꺼기가 껴서 편도결석이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4. 저혈압, 빈혈 임신 초기에 집 앞 마트에 걸어갔다 오는데 (한 20분 걸었어요)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앞이 캄캄해 지면서 구역질이 나고 어지러워졌어요. 비틀거리면서 집에 갔는데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헛구역질+오바이트 콤보였어요. 그 날부터 핸드폰에 남편 전화번호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임신 중에는 저혈압과 빈혈이 와서 쓰러질 수 있으므로 혼자다니면 안되요. 5. ㅌ 뿜음 만화같은데서 보면 ㅌ를 뿜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게 과장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고속도로에서 초콜릿을 먹고 갑자기 목구멍까지 ㅌ가 차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거의 집에 다와서 다행이었지 ㅌ나올 것 같은걸 30분 동안 겨우 꾹꾹 참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뿜었어요. 남편이 세상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위의 에피소드처럼 정말 최악의 입덧이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고 눈물이 났어요.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다시 밤이 와서 자러 가고 싶었습니다. 자기 계발 따윈 없어요. 그냥 시간 흘러가는 대로 둬야 해요.
입덧으로 몸무게가 주는데 아기는 괜찮나요?
아기는 커지는데 제 몸무게는 점점 빠져서 인생 몸무게를 만들게 됩니다. 결혼 전 죽어라 운동했는데도 안 빠지던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어요. 자꾸 몸무게가 줄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산부인과 원장님께 여쭤보았습니다.
다행히도 본인 몸무게의 10% 이상 빠지는 거 아니면 심한 거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차피 못 먹어도 아기는 탯줄을 통해 임산부 몸안에 있는 영양분을 쪽쪽 잘 빨아먹으면서 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임산부 하루 권장 섭취 열량이 평소 먹는 거+밥 한 공기 분량밖에 안된다고 해요. 심장이 두 개라고 2인분을 먹으면 아니 됩니다. 임신 중 과다한 열량 섭취는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자궁경부에 지방이 쌓여서 출산할 때 길이 좁아지니 힘들어진대요.
입덧 약 후기 (디클렉틴/아미 렉틴)
입덧 약은 최대한 안먹으려고 했는데 결국 3개월 접어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입덧약은 디클렉틴과 아미렉틴 두 종류가 있고 효능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아미렉틴이 디클렉틴보다 좀 더 싸요. 그래서인지 병원에서 중간에 약을 바꿔버렸습니다.
입덧 약은 최대 2주 치를 처방받을 수 있는데 (하루 2알) 3만 원 정도 약값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약 한번 먹는데 커피 한잔 값이었죠. 입덧 약은 비급여라 조금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25만 원 정도 입덧 약을 처방받았고 최대한 안먹으려고 했습니다.
입덧약을 처음 먹었을 때 저는 성격이 괴팍해졌습니다. 그냥 감정조절이 안돼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차분해졌습니다. 멍 때리기도 하고 의욕이 없고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어요. 약 때문에 정신 못 차리는 날 운전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입덧 약 덕분에 토덧을 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그렇다고 속이 울렁거리는 걸 아주 없애지는 못해요.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약이에요.
저는 입덧 약을 6개월까지 복용했는데, 원장님께서 세상에 이런 케이스는 없다며 당장 약을 끊으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한 달 동안은 고생했어요.
입덧 완화를 위한 방법들
입덧약을 끊으면서 블로그나 맘카페에서 널리 퍼진 방법들을 시도해봤어요.
1. 아이비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은 무맛 크래커 중에서 저는 아이비가 좋았어요. 약간 짭조름한 느낌도 있지만 그나마 무맛에 가까워요. 자기 전,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 때 조금씩 녹여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막아주더라고요. 침대 맡에 두고 속이 안 좋을 때면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2. 이탈리아 레몬 캔디
이건 그냥 레몬 캔디가 아니에요. 이탈리아 소렌토 지방은 레몬 산지로 유명한데, 여기서 레몬을 가지고 천연 사탕을 만듭니다. 합 성료 등이 들어가지 않은 깔끔한 맛입니다. 새콤달콤해요.
3. 텀스 TUMS
텀스는 괌에서 파는 유명한 천연소화제입니다. 입덧이 거의 끝나갈 때쯤 태교여행 가서 사 왔어요. 위산 역류로 속이 쓰리거나 임신 말기 때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될 때 먹으면 증상이 완화됩니다.
4. 임산부 바디필로우
밤에 잘 때 속이 답답해서 못 자기도 하는데 임산부 바디필로우를 다리사이에 끼고 왼쪽으로 누워서 자면 참 편하더라고요.
임신 7개월이 되니까 저에게도 희망이 보였어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입덧이 서서히 줄고 입맛이 돌아와서 살 것 같았습니다. 임신 7-9개월은 황금기였어요. 이 기간 동안에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외식을 자주 했습니다. 앞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고기 구워 먹으로 절대 못 간다는 선배맘들의 조언에 따라 고깃집을 많이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임신하니까 입맛도 바뀌더라고요. 임신 전에는 고기 킬러였는데, 임신을 하고 나니 탄수화물 킬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깃집도 생각보다 많이 못 갔어요. 어쨌든, 입덧이 끝나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후로 빵과 토마토 스파게티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전 빵순이 아닌데, 갑자기 빵을 너무 좋아진 나머지 이틀에 한번 꼴로 치아바타를 만들어 먹었어요.
임신 7개월부터 임신 막달까지 과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여름과일 종류별로 다 먹어봄) 살이 급격하게 찌고 아기도 엄청나게 컸습니다. 배도 급격히 불러왔고요. 임산부인 게 이제부터 티가 나더라고요. 배가 나오니까 또 힘들어졌습니다. 소화불량이 시작된 것이죠.
임신 말기에는 왜 위장장애가 생기게 될까요?
임신 말기가 되니까 또 사라졌던 입덧이 시작되었어요. 임신 말기 때 입덧은 초기에 공복에서 오는 울렁거림과 구역감이 아니었습니다. 아기가 커지면서 배를 꽉 채우니까 조금만 너무 속이 답답했어요. 임신 말기에 위장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복잡합니다.
먼저, 임신 중 태아가 자라면서 장기를 밀어 올립니다. 그러면 위와 장에 압박이 가게 되어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임신 말기가 되어 출산에 가까워지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나와서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킵니다. 그래야지 아기가 잘 나올 수 있으니까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위와 식도를 연결하는 식도 괄약근도 이완시켜서 식도를 타고 위액이 역류하기도 한답니다.
정리) 태아가 장기를 밀어 올려 위의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식도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에 의해 식도 괄약근이 이완되어 열리고, 위와 식도의 압력차이 때문에 열린 식도괄약근 사이로 위산이 역류하게 되어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증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식도괄약근이 있는데, 음식을 삼킬 때 열리고 평상시에는 단단히 조여져 있어 위액이나 위의 음식물 등이 식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 다량의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면서 식도괄약근이 이완되고, 이 틈을 타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기도 한다. 식도는 위와 달리 강한 산성을 띠는 위액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이때 가슴이 타는 듯한 속쓰림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임신부에게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임신 12주까지는 26%의 임신부가 경험하는데 임신 28주 이후에는 51%에게서 증상이 나타날 정도. 명치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흉골 뒤쪽이 타는 듯이 쓰린 것이 전형적인 증상으로,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는 입덧과는 차이가 있다. 위액이 입으로까지 역류하게 되면 시고 쓴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임신 후기로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궁이 커지면서 복부에 압력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이 복압이 식도괄약근을 조이는 횡격막을 압박하면서 높아지기 때문이다. 출처: 앙쥬 www.ange.co.kr/usr/?menu=story602&submenu=story_detail&NO=6802 |
출산을 한 달 앞두고는 냉장고 비우기와 냉장고 채우기를 무한 반복했네요. 아기가 언제나 올지 몰라서 매일마다 최후의 만찬을 즐겼죠. (이렇게 토덧을 했던 기억이 사라졌습니다) 아기를 낳으니 답답했던 속이 시원하게 뻥! 뚫렸습니다. 정말 입덧이 뭐였지? 하는 걸 느꼈습니다. 결론적으로 입덧을 없애려면 아기를 낳아야 하나 봅니다.
아기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넘으니 저의 힘들었던 임신기간은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친한 친구의 소식 덕에 2년 전 저의 모습을 생각하며 돌이켜보니 임신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개인적으로 출산의 고통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 입덧이었고 차라리 육아가 나아요. (입덧>>>>출산>>육아)
마지막으로 심한 입덧을 하면서 위암에 걸리신 분들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하며 위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한테도 술 조금만 마시라고 매번 말하고 있어요. 입덧과 암은 비교 불가지만, 입덧도 이렇게 힘든데 암은 오죽할까요. 음식을 못먹어보니까 위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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