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콤아내 라이프/적당히 만족하며 살기

기러기 오리 알 부화하기 1주차 기록

살콤아내 2024. 6. 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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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다니면서 좋은 점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인터뷰를 한 분이 있었는데, 선물로 내게 기러기 알을 주셨다! 계란보다 맛있다고 했는데, 막상 집에가져가서 먹으려니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방목된 기러기가 키우는 유정란일 가능성이 높으니 부화를 시켜보기로 했다. 계획에도 없던 일이고 아파트에서 키울수는 없으니 부화하고 1주일 있다가 다시 돌려드릴 생각이다.

 

5월 31일 (금) +D001

당일 저녁 나는 아이스박스에다가 플라스틱 통에 알을 넣고 물주머니를 놓아서 따뜻하게 만들었다. 아이스박스가 통풍이 안되는 플라스틱 재질이라 계속해서 문을 열고 환기를 하고 습도를 조절하였다. 물에적신 행주를 넣었다가 습도가 80도까지 올라가서 넣었다가 뺐는데, 그냥 습도는 행주 없이도 50-60도를 왔다갔다 했다. 전란도 중요하다고 해서 따로 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깨끗한 손으로 돌렸다. 결국 알도 생명인지라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온도가 떨어질까봐 물주머니만 3시간에 한번 꼴로 갈았는데, 수동 아이스박스 부화기는 가장 큰 문제가 온도조절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거의 1시간마다 온도를 확인했던 것 같다. 물주머니를 넣은 직후는 39도까지 올라가서 뜨거운 찜질방같았고... 새벽 1시에 마지막 물주머니를 갈고 아침 7시에 확인을 하면 35도...창문 열고 잔 날은 29도까지 떨어진 적이 있어서 이렇게 온도차이가 큰 부화기에서 잘 자랄까 마음이 참 조마조마했다. 

 

유정란은 수정된 상태에서 발생하지 않고 있다가 특정 온도(24도)가 되면 세포분열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렇게 생물일 대사반응을 시작하는 온도를 생리적인 영점(zero point)라고 한다. 그 이하의 온도에는 배자의 성장과 시작이 억제된다고 한다.  이후 부화할 수 있는 적정 온도인 37.4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병아리로 잘 크는 것인데, 그렇지 못할 경우 사롱란으로 생을 마감한다. 때문에 입란하지 않을거라면 서늘한 온도인 16도 정도 에서 유정란을 1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그 이상 보관할 시 13도에서 10일 이상 가능하다. 누군가는 종란을 냉장고에 오래 보관할 수 있긴하지만 이는 부화율을 떨어뜨린다. 

 

보통 높은 온도에서 부화를 하면 일찍 태어나고, 낮은 온도에서 부화를 하면 부화시간이 길어진다. 적절한 온습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전란을 주기적으로 하지 못하면 약하고 작은 병아리가 태어나거나 세포분열 과정에서 장애를 가질 수 있다.

 

 

 

6월 2일 (일) +D003 부화기 사용하기

다행히 아는 애기엄마가 부화기를 빌려주었다. 중국산 인큐베이터는 부화율이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플라스틱 돔 형태 때문이다. 플라스틱 부화기는 열손실이 많아서 나는 보온도시락 가방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설정된 온도와 실제 온도가 다르다고 하니 (보통 온도가 낮음) 주기적으로 환기시키고 전란할 때 온도계로 알 표면온도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 38도로 설정해 놓으면 아래에서 바람은 38.5도 이렇게 높게 나오지만 알 표면온도는 37.4도 정도가 나온다.

 

부화기는 자동전란기능도 있는데 톱니바퀴 모양을 세번 누르면 설정가능하다. 자동으로 노란 판이 회전하면서 알을 굴려준다는데, 기러기알은 커서 잘 굴러가지 않아 수동으로 전란하고 있다. 나중에 전란이 필요없어질 때는 아래 판을 빼면 된다. 

 

3일차 궁금해서 검란을 했는데, 노른자 부분이 좀 더 진하게? 뭉쳐있는 것 빼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여기저기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보통 유정란이 발육하면 이런 색깔을 띠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알도 잘 될거라는 희망을 품었다. 자세히 보면 조그만한 빨간 무엇이 안에 들어있다. 나만 보이는 매직아이인건지...

 

 

 

 

2024년 6월 4일 (화) +D005 오리알도 추가

이왕 하는거 더 많은 친구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개당 1500원하는 부화용 오리알을 샀다. (배송비만 5000원) 3+1이라고 해서 샀는데 1개는 안왔다... 문의하니 문자를 따로 하라고 했다. 누구는 알을 물로 씻지 말라고 하는데, 오리알 판매자는 깨끗한 물로 씻어서 수건으로 닦지말고 부화기에 넣으라고 했다. 기러기 알은 안닦았는데...뭐 일단 시키는 대로 해야지...

 

부화기가 병아리용이여서 기러기알과 오리알은 상대적으로 크기 떄문에 오리알 4개가 왔으면 부화기 자리가 없을 뻔 했다. (자리가 없으면 먹어야지..?) 일단 무사히 잘 컸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오리, 병아리 부화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이야기하는데, 하루이틀동안 삑삑이 언제나와요? 라고 무한반복하고 물어봐서 힘들었다. 남편 생각에는 유튜브영상에는 편집된 영상이라 부화기에 있는 알이 10분만에 태어나는데... 우리 집에 있는 알은 삼일이 지나도 안나오니까 이상했나보다.

 

 

 

 

 

 

2024년 6월 6일 (목) +D007 성공적인 검란

보통 검란은 4일과 7일 때 한다. 검란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최대한 짧게 하는데, 4일 보다 7일에 핏줄이 퍼지며 잘 발육이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검란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불빛을 비추면 안에 들어있는 핵과 핏줄을 볼 수 있다. 3일차에 매직아이인지 빨간 작은 덩어리가 보였던 것 같은데, 그 이후 매일마다 한 검란에서는 보이지가 않아서 내가 검란을 매일마다 자주해서 죽은건지,  온도변화가 초기 1~2일차에 커서 죽은건지 너무 걱정을 했다. 그래서 온갖 홈페이지와 블로그 카페글을 뒤졌었다.

 

결론적으로 생리적 영점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된다고 한다. (물론 부화율이 떨어지겠지만) 닭들도 먹이활동, 배변활동으로 자리를 잠깐 비우니까 자연상태에서도 알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생명은 강하므로 이러한 조건에서도 병아리들은 태어난다. 이론에서 7일차 검란을 하면 발생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는데 7일차가 되니까 두줄기 핏줄이 눈으로 확연히 보이면서 성공적으로 자라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은 어둠속에서 최대한 노출값을 올려서 찍었다. 자꾸자꾸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기러기는 병아리보다 알이 커서 좀 더디게 자란다고하니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하다.

 

 

 

 

취재 중 우연히 얻은 알이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이야... 병아리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그 과정이 사실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학습이란 책상앞에서 달달 무언가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체험을 통해서 내가 스스로 찾아보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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